진화론과 창조론은 해묵은 논쟁이다. 최근에는 창조론을 지적 설계론으로 대치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과 마이클 베히의 '다윈의 블랙박스'가 나온 후 그 논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도킨스가 전 세계를 강타한 것은 '유전자'가 진화를 주도한다는 거였고, 베히가 히트를 친 것은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이었다.
어떤가? 진화의 단위가 진정 유전자 하나만으로 가능한 것일까.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그것 하나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생명 조직은 유전자와 세포와 기관과 유기체와 개체군과 종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어떻게 그것 하나로 진화가 가능하겠냐고 따져 물었다.
그 일환 가운데 큰 그림 하나가 있다면 뭘까. 바로 지적 설계론이다. 1989년 '판다와 사람에 관하여'라는 책에 그것이 처음 소개됐다고 한다. 생명은 지적인 행위자에 의해 처음부터 다양한 본질들을 가진 채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건 분명 창조론과 괘를 같이하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하나님을 '어떤 존재'로 규정할 뿐이다.
그럼 진화론자들은 그냥 침묵만 하고 있을까. 아니다. 그들은 '자연 선택설'과 함께 다윈의 핵심 이론인 '생명의 나무'를 거론한다. 한 뿌리에서 수십 가지 중 하나의 줄기와 그 끝 줄기가 나왔다는 것. 사람도 500만 년 전 원숭이와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것도 그것이다.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에서 펴낸 '신과 다윈의 시대'(세계사)는 생명의 탄생을 둘러싼 진화와 창조의 불꽃 튀는 대결 구도를 보여 준다. 그를 위해 과학적인 관점과 종교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을 토대로 한다. 물론 둘 사이의 평행선만 그리려는 게 아니다. 둘 사이의 접점을 목표로 한다.
"우리는 이 다큐멘터리와 책을 통해서 과학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지 않은 사람들도 자신이 궁금해 하던 문제에 대해서 답을 얻을 수 있는 조그마한 실마리를 얻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진화-창조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아무래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진화-창조의 문제는 나 자신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모두가 궁금해 하고 모두가 알고 싶어 하는 인류 최대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왜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을 믿지 않을까. 이 책에서 한 설문 조사를 토대로 한다면 종교적인 영향이 크긴 크다. 동물과 인간이 같은 뿌리에서 우연한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했다는 것은 종교적인 근간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은 진화론을 증명할 만한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여기는 이유다. 진화의 과정을 지금은 볼 수 없다는 게 그것이다.
그럼 진화론자들은 왜 창조론자나 지적 설계론자들의 견해를 무시하려 할까. 그들은 베히가 말한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 이론'에 의한 '혈액 응고 시스템'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진화론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조류의 불완전한 날개를 설명하는 것도 그렇다. 그들은 날개가 나는 기능만 가진 것이 아니라 보온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화론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는 거다.
이 책은 미국인들 가운데 30%가 진화론을 믿는다고 발표했다. 그들은 창조론이나 지적 설계론을 더 우위에 두고 있다는 반증이다. 터키 국민들은 어떨까. 그들은 전 국민의 25%만 진화론을 믿는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도킨스가 말한 것처럼 종교적인 '바이러스' 현상 때문일까. 미국도 터키도 부모 세대가 종교적인 학습을 자녀들에게 물려 준 까닭에 있을까. 하지만 그들이나 우리나 결코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의 강요에 아이들이 따르지만 머리가 크면 달라진다. 아이들은 크면 클수록 럭비공처럼 변하기 마련이다.
그럼 우리는 어떨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60% 정도가 진화론을 믿는단다. 그 중 가톨릭 교인들은 83%나 진화론을 믿고, 개신교인들은 39.6%가 믿는다고 한다. 개신교인에 해당되는 나도 진화론을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진화론 같은 것은 믿는다. 인간 안에 여러 종족의 진화 같은 것이 그것이다.
불교계는 어떠할까? 불교는 창조론보다 진화론적인 사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단다. 불교는 모든 근원을 마음에 둔다. 거기에서부터 변화와 인연과 업이 나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연한 시작도 끝도 없는 무한한 시간의 개념이 곧 진화론적 생각과 괘를 같이 하는 것이란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진화론과 창조론의 접점이 가능할까? 연세대 천문학과 이영욱 교수나, 미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필립스는 통 큰 세계관을 드러낸다. 그들은 과학이 신앙을 더 풍성하게 해 준다고 말한다. 가톨릭의 오경환 신부도 진화가 신에 의한 창조의 한 방법임을 이야기한다. 진화는 신이 세상을 만들고 유지시키는 창조의 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권성권 SBS U포터
https://ublog.sbs.co.kr/littlechri(※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송고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