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미국의 복잡한 투표 용지

주영진

입력 : 2010.09.15 15:10|수정 : 2010.12.29 18:06

민주 시민 되기도 간단치 않은 일...


오늘 하루 미국 7개주와 워싱턴 DC에서는 예비선거가 있었습니다.

오는 11월 실시되는 중간선거에 나갈 각 당의 후보들을 뽑는 경선이었는데요, 잘 아시는 것처럼 이런 예비선거를 프라이머리라고 부르죠. 그런데 투표 용지 샘플을 보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선거에서 뽑을 사람이 무려 스무명이나 된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주지사 한 명과 자기 지역을 대표해 연방의회에 나갈 상하원 후보 한명씩에 주 상하원 후보,그리고 주 법원 판사,순회 판사, 주 검찰총장,주 검찰,주 검찰청에서 일할 공무원, 지역위원회 의장과 위원들,지역 보안관이 일단 포함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직책은 유언장 등록을 전담하는 사람, 고아법원 판사같은 특이한 직책들입니다. 이 곳에 사는 미국인들도 뭐라고 설명하기 어렵고 잘 알지 못하는 직책들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민주당 예비선거다 보니 민주당 당직도 투표 대상에 들어갑니다.

투표장에 가서 이 20개 각 항목을 유심히 살피고 투표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래서 투표장에 가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각 후보들을 점검해 보고 사전 공부하는 게 필수라고 합니다.

우리 나라 국민들도 지방선거때마다 8장의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혼란스러워 한다는 기사를 저도 쓰고 본 적이 있는데요, 미국 국민들은 더 골치가 아플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가 더 정착된 나라에서 민주시민으로 산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닌 듯 싶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자신들의 삶과 관련된 공직후보자들의 다수를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선거라는 제도가 무결점,무오류의 방식은 아니겠지만 현재로서는 민심을 대변하는 최선의 제도라는 점에는 크게 이의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미국인들이 선택하는 공직이 20개나 되고,(아,여기에 대통령도 포함시켜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위 20명중에 민주당 당직이 하나 포함돼 있으니 그 걸 빼고 대통령을 넣어도 20이라는 숫자에는 변동이 없겠네요) 많은 국민들이 민주당이나 공화당중 어느 한 당에 가입해서 스스로 후보를 정하고, 나중에 치러지는 공식 선거에서는 직접 공직자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왜 미국에서 참여정치가 더 활성화돼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이 국민들이 뽑는 선출직에 포함됐는데요, 뽑을 사람이 너무 많다고 불만을 나타내기 보다는 찬찬히 점검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정당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고되고 불편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그 것이 민주시민의 길이고, 또 더 나은 민주국가를 만드는 길이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