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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내 지역에는 오지 마세요."

주영진

입력 : 2010.09.15 10:40|수정 : 2010.12.29 18:06

민주당에게도 외면받는 오바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요즘 참 바쁩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늘 이 곳 저 곳에 신경 써야 하는 힘든 자리다 보니 바쁘다는 게 별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보는 제 3국 기자의 눈에는 열심히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내용중 2/3는 경제 문제입니다. 결국 그 만큼 미국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경제가 어렵다면 현 집권층은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생각해 보니 이제 미국 중간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숨가쁜 일정은 중간선거에서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몸담고 있는 민주당 의석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기 위한(상하원에서 현재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고 모든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에서 민주당의 패배를 전망하고 있기 때문에 의석을 늘리려는 게 아니라 지키려는 것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목적을 갖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이후 워싱턴 근처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가정집을 방문하고,오늘은 필라델피아의 학교를 찾아가고, 가는 곳 마다 나름대로의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내가 얘기하는대로 경제 정책이 집행된다면 미국 경제가 안정될 것이다." "미국의 교육을 더 이상 놔둘 수 없다. 선생님들의 노고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외칩니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공화당의 반대가 미국 경제와 교육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훌륭한 연설기법입니다. 아직도 젊고, 활력이 넘치고, 게다가 메시지가 분명한데다 말까지 잘하는 매력적인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바마의 지지도는 도대체 올라갈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취임초 70%를 웃돌던 지지도가 지금은 40%대에 안착했습니다.

경제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과 취임초에는 경제위기의 원인이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에 있다고 생각하던 미국인들이 집권 1년 8개월이 된 지금 시점에서는 "도대체 당신들이 뭘 하고 있는 거냐? 경제를 살려달라고 했는데 우리는 아직도 살기가 어렵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거죠. 경제가 어려운 책임을 더 이상 전 정권이 아닌 지금의 오바마 행정부에게 돌리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개인적으로 보면 역사성도 갖고 있고 매력적인 대통령이 틀림없는데, 정치적 선택의 관점에서 보면 오바마는 더 이상 유권자의 찬성표를 많이 받지 못하는 대통령이 된 셈입니다.

이런 사정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의 얼마전 브리핑 내용입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는 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미친 짓이죠."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민주당 안에서 대통령을 향해 도와달라고 하는 후보가 있으면 그 지역은 찾아가고, 오지 말라고 하면 안 가겠다는 말입니다. 그 말은 결국 민주당 후보들 중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후보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단적인 예를 보면 아칸소 주 민주당 상하원 후보들은 오바마 대통령보다는 빌 클린턴 대통령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빌 클린턴은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오바마는 더 이상 아니다."입니다.아칸소 주의 민주당 후보들 역시 지지도에서 공화당 후보들에게 뒤쳐진 채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인기가 있으면서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정치인들의 당선까지 책임질 수 있는 유력 정치인들(이런 사람들을 영어로는 coattail이라고 합니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더 이상 민주당 후보들에게 오바마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집권후 치러진 버지니아, 뉴저지,매사츄세츠주 상하원 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헌신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전패했다는 점도 오바마 대통령을 힘겹게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후보들과 지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남은 선거기간 미국내 어느 지역이더라도 방문하게 될 때 나타날 수 있는 하나의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공화당 지지자들과 무당파가 결속하게 되는 경우 말입니다. 더욱 오바마 대통령이 고통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중의 하나가 자신이 해냈다고 자부하는 건강보험 개혁의 후폭풍입니다.

다수 미국인들이 건강보험 개혁안에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민주당 후보들중 상당수가 "그 건 내 뜻이 아니었다."며 대통령을 외면하고 있고, 공화당 후보들은 "이런 개혁 하라고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줬고, 민주당에게 다수 의석을 줬느냐?"며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에 남을 개혁이라고 호기롭게 외치던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엄연한 현실입니다. 미국내 어디를 가도 "Yes, I can!" Change!"를 외치며 열광적으로 환호하던 군중들을 만날 수 있었던 대선 후보 시절이 오바마 대통령은 그리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이미 "그 시절은 끝났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밀워키,클리블랜드,코네티컷처럼 민주당의 전략적 요충지라고 하는 지역들을 방문할 일정을 잡고 있지만, 해당 지역 후보자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반색할 지 조차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런 내용의 미국 언론기사를 접한 한국의 고위공직자 한 분이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오바마 대통령의 요즘 모습을 보면서 또 다시 노무현 대통령 생각이 났다. 한다고 열심히 하고, 이 전 집권세력들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갔던 부분도 다시 짚고 하면서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국민들에게도 이전까지의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를 할 것을 요구하고 권하고 하면서 바쁘게 보냈는데, 결국 임기말에 자신이 속한 정당이 포말처럼 사라지고 말았던 비운을 맞았던 노무현 대통령 말이다. 물론 노무현 정권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단적으로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로 나타났지만, 진정한 의미의 평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 그럼에도 지금 오바마 대통령을 보면 옳은 길을 가는데 주저할 이유는 없고 아직도 충정과 진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있다면 설득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오기가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지켜보고 싶다."고 말이죠. 

이 얘기를 듣고 나서 한 가지 더 떠오른 게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연설중에 존 뵈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를 직접 거명하며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장면입니다.대통령이 상대당을 ,즉 공화당을 거명하면서 비판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지만 특정인을 지목해 비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에 미국 언론에서도 흥미롭게 보도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가령 이런 겁니다."존 뵈너 의원이 중산층에 대한 감세정책에 반대하더군요.

그 게 옳은 일입니까?"  실제로 백악관측은 존 뵈너 의원 때리기를 중간선거 전략의 하나로 삼았다고 합니다.

즉 경제위기는 민주당의 잘못이 아니라 공화당에 있다는 점을 미국인들에게 상기시켜주기 위한 전략이라는 건데요, 애석하게도 미국인들 상당수가 존 뵈너가 누구인지 모르고 있다는 점을 백악관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아,그러고 보니 오바마 대통령이 환영받는 곳이 한 군데 있습니다.

바로 공화당이 만들고 있는 중간선거 광고에오바마 대통령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화당이 만든 광고의 거의 전부인 300개의 광고에 오바마 대통령이 등장하는데요, 광고의 요지는 민주당후보들과 오바마 대통령이 관련돼 있다는 겁니다.
이 광고를 만드는데 공화당은 지금까지 4천만달러에 가까운 돈을 썼다고 합니다.

공화당의 선거전략이 민주당과 백악관쪽 보다는 치밀해 보인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반면에 민주당이 만든 광고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실종상태라고 합니다. 인디애나주 출신의 민주당 조 도넬리 하원의원은 자신의 광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워싱턴 정치를 의도적으로 뺏다고 합니다. 지금 민주당 후보들은 자신의 개성으로 승부를 걸려고 하지, 정당 정치의 한 구성원으로서 심판받겠다는 생각은 접은 상태입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케네디가 외쳤던 프론티어(개척자)정신에 버금가는 변화라는 아젠다를 제시하며 미국인을 열광시킨 40대의 젊은 대통령 오바마는 지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힐러리 로드햄 클린턴 국무장관이 다음 대통령선거때 민주당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 "아, 옛날이여!"를 부를지, 아직도 "Yes, I can!"을 외치고 있을 지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