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8일) 경향신문에 '국정원, 전 국정원 간부 수사의뢰'라는 제목의 기사가 자그마하게 실렸다.
내용은 이렇다. 얼마전까지 국무총리실 정무실장을 지낸 국정원 출신 김유환씨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의 기밀을 누설해 국정원이 김씨를 검찰에 수사의뢰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김씨가 누설한 국정원의 기밀이 '박근혜 TF'라고 했다.
'박근혜 TF'와 관련된 논란은 대선 열기가 뜨겁던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야당이 집권하고 있던 시절,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이명박, 박근혜 당시 두 후보에 대해 국정원이 TF를 만들어 뒷조사를 했다는 거다. 이 논란은 결국 검찰의 수사로 이어졌다.
'이명박 TF'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박근혜 TF'는 공안1부에서 각각 수사했다. 표면적인 결론은 달랐다. BBK 수사를 하던 특수1부는 이명박 당시 후보의 부동산 내역 등을 불법열람하며 뒷조사를 한 혐의로 국정원 직원 고모씨를 기소했지만, 공안1부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이명박, 박근혜 모두 TF의 실체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국정원의 TF라는 것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명박 TF'의 존재만 확인한 셈이다.
공안1부는 과연 아무것도 찾지 못했을까. 당시 서울중앙지검을 출입했던 필자의 '감(感)'으로는 아니다.
당시 검찰의 핵심 관계자는 "박근혜 후보를 뒷조사한 흔적은 있었다. 그러나 기소하기에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거 확보를 위해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기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렇게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이 됐고, 사건은 세월에 묻혔다.
2010년 4월, 신동아는 3년 가까이 묻혀 있던 '박근혜 TF'를 다시 들춰냈다. 요지는 '김유환씨가 박근혜 TF를 지휘했다'는 것이었다. 다음호에 김씨의 반박 인터뷰가 실렸다. "박근혜 TF가 있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내 지휘라인은 아니었다"는 취지였다.
표나진 않았지만, 친박계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김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모두가 그토록 존재를 부인해 왔던 '박근혜 TF'의 실체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보도가 나간 직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신동아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논란을 원점으로 돌렸다. 뒤이어 국정원은 조용히 김씨를 '기밀누설' 혐의로 수사의뢰했다.
김씨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의 내부 직책에 대해 언급한 것이 '기밀누설'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논란을 교묘히 비껴가고자 하는 의도다.
이제 문제는 '수사의지'다. 검찰이 '박근혜 TF'의 존재 여부를 밝혀낸다면, 3년 묵은 의문도, 그리고 김씨와 신동아, 국정원 사이에 얽혀있는 형사사건도 자연스레 매듭이 풀린다. 그러나, 검찰이 국정원의 수사의뢰 취지에만 충실한다면 이미 3년이나 묵은 의문에는 햇수만 더해질 뿐이다.
아쉽지만, 현재로썬 후자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여전히 국정원 압수수색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더러,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를 기대하기도 난망하다"며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공학적으로도 후자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금 시점에 '박근혜 TF'의 존재가 확인될 경우, 어렵사리 '대립'에서 '공존'으로 모드를 전환한 한나라당내 친이-친박 관계가 파탄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여전히 당시 유력 주자였던 이명박 후보측에서 국정원내 인맥을 동원해 박근혜 뒷조사를 시켰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관의 모든 것을 국민이 알 필요는 없다. 아니 알아서도 안 된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국민도 편하다. 그러나,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이 사유화되는 것은 백 번, 천 번 안 될 일이다.
혹 그랬다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밝혀지는 것이 곧 바로잡는 길이다. 환부는 도려내야 새살이 돋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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