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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체면'을 알까?

정준형

입력 : 2010.09.08 18:53


국제부 정준형 기자입니다.

'더 기빙 플렛지(The Giving Pledge)'라고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우리말로 하면 '기부 서약'으로 해석이 됩니다만, 세계 최고 부자로 유명한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갑부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기부운동입니다. 최소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자는 운동입니다.

그 두 사람이 9월 29일 베이징에서 중국 최고 갑부들을 초청해 연회를 연다고 합니다. 중국 갑부들에 기부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이날 만찬을 '바비'만찬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바비(巴比)'는 버핏과 빌의 중국식 이름 첫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억만장자는 403명, 미국 다음으로 억만장자가 많은 중국은 64명의 억만장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는 이들 64명 가운데 50명을 추려서 연회에 초청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벌써부터 연회 행사가 제대로 개최될지 말들이 많습니다. 중국 갑부들이 기부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연회 참석을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사가 3주 밖에 남지않았는데, 연회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은 겨우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두사람이 초청 대상 갑부들에게 기부를 권유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친필 편지를 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만, 중국 갑부들의 마음을 돌리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겁니다.

중국 갑부들이 왜 참석을 꺼릴까요? 아직은 척박한 중국의 기부문화 풍토, 여기에 '기부'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작용했을 겁니다.

"내가 애써 번 돈을 왜 남한테 주냐... 그것도 절반 이상을? 그게 얼만데.."

한국인들도 그렇지만, 중국인들 역시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의식이 강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기부에 대한 거부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체면'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인들의 의식이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남들에게 보이는 '체면'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중국 갑부들에게, 연회에 참석한다는 의미는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으로부터 기부에 대한 권유를 받고 안 받고를 떠나서, 체면 때문에라도 기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받아들여졌을 겁니다.

"연회에 참석하는 순간, 내 재산 절반이 날아간다?"

아직도 벌어야할 게 많은 중국 갑부들의 입장에서 연회 참석은 정말 쉽지않은, 엄청난 부담이 따르는 결단이 필요한 일일지 모릅니다.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가 이런 중국인들의 '체면'에 대해 한번쯤 깊이 생각해 봤을까요?  이것도 기회다 싶어 '체면'을 영어사전으로 찾아봤더니, 동양적 정서에 딱 들어맞게 번역된 영어 단어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우리나라로 방향을 돌려보면 어떨까요?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서울에 와서 재벌들을 초청해 기부와 관련된 연회를 갖는다면, 재벌들은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요? 중국인 못지않게 '체면' 의식이 강한 한국인들에게도 연회 참석을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