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경제

王차관의 전화번호 저장법

박민하

입력 : 2010.09.07 18:44|수정 : 2010.09.08 13:36


언제부터인가 '王차관'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는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

취임 후 처음으로 출입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王차관답게(?) 40명 가까운 기자들이 몰려 웬만한 인기 장관 못지 않았습니다. 안팎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여전히 낮은 자세를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기자들과 대화 도중 박 차관의 인맥 관리가 화제에 오르자, 그는 "네크워크를 만든 것이라기보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며 "여러 씨줄과 날줄이 얽히면 무엇인가 만들어지더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산악회, 동창회 등 여러 모임이 있지만 산재돼 있는 게 사실인데 그것을 지역별로, 전국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대선 과정에서 했을 뿐이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전화번호 저장법을 농담반,진담반으로 소개했는데요. "휴대전화가 몇 배 더 비싸도 좋으니 한 5만 명의 번호를 저장할 수 있는 휴대전화를 만들어보라는 얘기도 해 봤다"며 은근히 방대한 인맥을 자랑하더니, "휴대전화에 번호를 저장할 때 사람 이름 입력창에 이름이 비슷한 3명을 적어 넣고, 전화번호와 팩스번호 입력란 등에 순서대로 3명의 번호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최대 1,000명 저장되는 휴대전화에 3,000명까지 입력시켜 본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차관은 "제 활동 범위에 대해 관심이 많을텐데, 절대 남태령을 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된 관심사로 알려진 자원과 아프리카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습니다.

왜 아프리카냐는 질문에는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의 선진국이 되려면 지금처럼 선진국 시장만 공략해서는 안 되고, 아프리카와 중남미, 중앙아시아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프리카 현지에서는 한국이 자신들처럼 내전과 식민지라는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제국주의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한국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좋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다행히 이들 지역에는 자원도 많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모델을 전수하면서 그들에게 자생, 자력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주는, 윈윈이 가능하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을 언급했는데요. 박 차관은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중국이 옆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제일 먼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30%를 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가적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인구가 많은 아프리카 등지에 진출해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아프리카가 우리 생각 이상으로 넓다면서 "10억 인구 가운데 2억 정도가 우리나라 중산층 수준의 소비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프리카가 전세계 육지의 20%를 차지하는데 북미는 캐나다까지 합쳐도 16%이고, 남미는 12% 밖에 안 된다"는 구체적인 숫자를 열거하기도 했습니다.

자리를 마무리할 때도 "민간 기업에서 9년 일하다가 이상득 의원 밑에서 11년 일했는데, 이상득 의원이 당에서 정책 관련 보직을 9년 반동안 맡았기 때문에 (자신도) 자연스럽게 정책통이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에서도, 청와대에서도, 국무총리실에서도 자신을 쭉 정책 관련 업무만 했다는 것입니다(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요).

지금 그는 정말 정책만 할 수 있는, 자신이 강조하는 '자원'과 '아프리카' 업무를 할 수 있는 부처에 와 있습니다. 5만 명 저장하는 휴대전화가 필요했던 그의 활동이 과연 남태령을 넘지 않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