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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동네 슈퍼들을 돌며 아이스크림을 사봤습니다.
[아저씨, 이거 얼마에요?]
[280원.]
이 슈퍼에서 280원 받는 아이스크림은 바로 옆 편의점에선 700원, 또다른 슈퍼에선 350원을 받습니다.
가까운 가게들인데 판매가격이 최고 2.5배나 차이가 납니다.
이유는 뭘까?
지난 7월부터 권장소비자가격을 없애고 판매자가 알아서 값을 매기도록 하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라면과 과자, 빙과류까지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부풀린 가격을 적어놓고 깎아주는 것처럼 선심쓰는 관행을 없애려고 도입된 것이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소비자들에게 혼란만 주고 있습니다.
우선 가격을 알려면 일일이 물어보거나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어봐야 합니다.
[이오동/주부 : 가격표가 없으니까 무조건 물어봐야 되고 막상 가져오면 돈이 모자라는 수가 있잖아요. 그럼 빼야되잖아. 그럼 좀 불편하죠.]
이 가격이 비싼 건지 싼 건지 판단하기도 어렵고 은근슬쩍 가격을 올려 받아도 알 도리가 없습니다.
[임원배/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회 고문 : 이제는 소비자가가 없기 때문에 그냥 1천원에 팔아도 이거를 DC해서 파는지, 그냥 소비자가대로 파는지 소비자들한테 혼란이 온다는 거죠.]
일부 신제품의 경우 제조사에서 판매 가격을 아예 정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암묵적으로 가격 인상을 담합할 소지도 그만큼 높습니다.
[슈퍼마켓 상인 : (신제품은) 2,200원에 판매해라. 딱 그렇게 나오 잖아요. 대형마트나 어디나 똑같이 일정하게 판매를 하라는 거죠.]
혼란스럽기는 중소 상인들도 마찬가집니다.
이미 지난 93년부터 자체적으로 가격 결정을 해 온 할인점들은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동네 슈퍼들은 제조업체가 가격 표시가 없는 상품을 비싸게 납품하더라도 속수무책이라며 울상입니다.
[최덕병/슈퍼마켓 사장 : 올랐다 그러면 오른 대로 (계산)하는 수밖에 없는 거에요. 어떤 기준이 없고 이러니까 우리는 (가격표시 없는 게) 불편하죠.]
시행부처와 지자체는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하라'고만 할 뿐,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지도 않고 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대형마트 판매가에 따라 가격을 정하는 곳도 늘고 있습니다.
[슈퍼마켓 상인 : 이마트에서 2,700원 판다고 그래서 우리도 2,700 원에 입력해 놓은 거고. 소비자도 일단 싸야 사가는 거지. 그렇게 안 하면 대형마트로 다 몰리잖아요.]
[오세조/연세대 경영대 교수 : 생존의 문제이고, 또 어떻게 보면 경쟁이 더 격화되는 차원이기 때문에 공동으로 물류센터라든지 공동구매, 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될 것 같습니다.]
가격과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준다며 도입된 오픈프라이스 제도.
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나 중소 상인에겐 불편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또 하나의 골치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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