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명예에 직결…스폰서 개입되면서 정상정복 알리기위해 수단과 방법 안 가리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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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성 산악인 오은선씨의 칸첸중가 등정논란으로 산악계가 뒤숭숭합니다. 산악인 모두 진실성을 의심받게 됐습니다. 등반의 순수성보다는 등정실적이 우선인 한국산악계에 결국 생길 일이 생겼습니다.
이호건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13시간만에 왔습니다! 만세! 대한민국 만세! 오은선 만세!]
여성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정복했다는 위업은 그러나 곧 빛이 바랬습니다.
'다른 칸첸중가 등정자들의 사진과 일치하지 않는 정상 사진'
'정상에서 아래로 150여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마치 정상정복을 기념하듯 놓여진 채 발견된 깃발'
지난해 중순 있었던 오은선씨의 칸첸중가 등정을 놓고 제기된 의혹들입니다.
여기에 국내 산악계가 나섰습니다.
칸첸중가에 오른 7명의 산악인 박영석, 엄홍길, 한왕용, 김웅식, 김재수, 김창호, 서성호씨.
이들은 지난달 26일 오씨의 칸첸중가 등정 진위여부를 놓고 회의를 벌였고, 대한산악연맹이 논의결과를 토대로 공식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대한산악연맹 관계자 : 나름대로 우리가 조사해보고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지금까지 제시된 자료와 등정과정에 대한 설명만으로는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
다.]
그런데 회의에 참석했던 엄홍길씨가 이를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엄씨는 이 회의에서 어떤 결론도 내린 적이 없으며, 참석자들이 의견을 낸 게 마치 최종결론인 것처럼 와전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상 정복 사실여부를 놓고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칸첸중가 등정자들이 모인 이 회의에선 어떤 말들이 오간 것일까.
당시 참석자들은 각기 자신들의 등정 사진과 자료를 놓고 오씨가 제시한 사진과 비교했으며, 의견은 6:1로 갈렸습니다.
대부분 오씨의 등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낸 가운데, 엄홍길씨만 오씨측에 자료보완을 요청한 뒤 결과를 발표하자며 유보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한산악연맹 관계자 : 그런 의견도 있었지만, 오히려 지금 연맹에서 이런 것에 대한 입장발표를 안하니까 오은선씨를 비호하고 있는 것 아니냐, 1년 이상 논란있었는데 추가로 발표된 자료가 하나도 없지 않느냐.]
[대한산악연맹 관계자 : 전원이 똑같은 의견 일치는 아니었지만 회의 전체의 내용으로는 정상등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동의했고요. 최종발표를 어떤 형식을 주든지 (그건)우리 연맹의 몫이었다고 보는데요.]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오은선씨는 여전히 자료준비를 못했다며 해명을 거부했습니다.
[오은선/산악인 : 지금 준비중인 게 아직 안되서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이만 끊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사실 국내 산악계에서 등정 의혹이 불거진 건 오씨가 처음이 아닙니다.
이전에도 여러 산악인들이 등정 의혹을 받았고, 히말라야 8천미터높이 고봉의 경우 특히 심했습니다.
[박기성/산악평론클럽 대표 : 작은 사안이면 자기 과시지만 유명한 등산이 될 경우는 그게 명예가 되고 돈과 직결되지 않습니까. 이걸 얻으려고 거짓말한 것이었습니다. 그래
서 14 봉우리, 14 원정대 의혹 같은 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여기에 산악용품업체 등 스폰서가 개입되면서 정상 정복 소식을 알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됐다는 것입니다.
[박기성/산악평론클럽 대표 : 처음에는 원정 비용 마련이 아주 어려웠어요. 스폰서가 붙으면서 자기들 생활이 안정되고 또 명예가 높아지니까 스스로 초심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겠죠.]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선 정상 정복을 확인하는 명확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 시급합니다.
나아가 등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세계적 추세가 등정 실적보다 신루트 개척이나 무산소 등정 같이 등반때의 고난 극복 과정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한단계 승화시켜 고봉을 누가 먼저, 더 많이 정복했는냐는 실적주의를 버리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라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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