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면서 지난 7월에 이어 징검다리 식 인상 궤도에 들어설지, 아니면 지난달처럼 안팎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두 달 연속 동결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현재로선 추가 인상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생산, 물가, 고용 같은 여러 지표의 흐름이 '금리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원의 성향 구도 역시 인상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게 한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데다 주택가격과 건설경기 침체, 체감경기의 상대적 부진,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 상승 등 부담 요인도 만만치 않아 금통위의 고민은 금리를 처음 인상했던 7월보다 오히려 더 깊어질 전망이다.
◇물가 변수에 고용 괜찮고 부채 늘고
경기 확장에 따른 수요 측면의 물가 오름세가 이미 예측됐던 일이라면, 기상 악화에 따른 국제 곡물가격 및 국내 신선식품 가격의 급등과 중국발 인플레이션 압력 같은 공급 측면의 변수는 한은도 미처 계산에 넣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한은 관계자는 5일 "최근의 곡물과 식품가격 흐름이 심상치 않다"며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나타나는 임금 인상이 이들 국가의 수출품 가격을 상승시켜 국내 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계부채가 계속 불어나는 가운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점도 기준금리를 올려 부채 증가세를 억눌러야 한다는 견해에 힘을 싣는다.
고용 측면에서도 올해 들어 월별 취업자 수의 작년 대비 증가 폭이 커지는 추세다. 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대부분 민간 부문에서 신규 고용자가 나왔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경기에 뒤따르는 성격을 가진 고용 지표가 개선된 점은 우리 경제의 확장세에 대한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연례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6.1%로 높이면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거론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연구위원은 "IMF 전망치가 달성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지난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확산해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
◇한은 "기준금리 2.25% 아직 낮다"
한은 집행부는 연 2.25%의 기준금리가 아직 매우 낮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한은은 2분기 경제 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7.2%라고 발표하면서 "경기가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김중수 총재는 이 같은 진단을 바탕으로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도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적"이라고 거듭 밝혔다.
금통위원 사이에서도 올해 성장률이 6%, 내년 성장률이 4% 이상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2%대의 기준금리를 오래 유지하면 돈의 값어치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져 있다.
비록 하반기 성장률은 상반기보다 눈에 띄게 낮아질 것이 확실시되지만, 이는 1분기와 2분기의 성장률이 전기 대비 2.1%와 1.4%로 가팔랐던 데 따른 반사작용일 뿐이라는 게 중론이다.
결국 실제 생산량이 잠재적인 생산능력을 초과해 빚어지는 경기의 '과속'을 예방하려면 기준금리를 올려 차츰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아직 2%대에 머무르는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달리 과속의 징조로 여겨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벌써 꿈틀거리고 있다. 앞으로 1년간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월 3.0%에서 7월 3.1%, 8월 3.2%로 두 달 연속 올랐다.
물가안정 목표의 '허용 범위'인 2~4%는 아직 벗어나지 않았지만 '중심 목표치'인 3%는 넘어선 것이다.
◇나라밖 안갯속..체감경기ㆍ연체율 부담
금리 인상론을 받쳐주는 `재료'가 산적한 국내 상황과 달리 나라 밖은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안갯속이다.
해외 사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 주가의 흐름만 봐도 쉽게 짐작된다.
지난달 3일 1,790.60이었던 코스피지수는 사흘 만에 1,721.75로 곤두박질 쳤다. 지수는 다시 같은 달 19일 1,779.64까지 반등했지만 27일 다시 1,729.76으로 주저앉았다가 이달 3일 1,780.02로 회복하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연출했다.
미국 경제의 각종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희비가 갈리면서 세계 경제의 `더블딥(이중 침체)' 여부를 두고 백가쟁명식으로 예측이 분분한 가운데 중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마저 자주 거론돼 이들 두 강국을 일컫는 `G2' 경기의 불확실성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때만큼이나 크다.
소득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체감경기와 지표경기의 괴리가 상당한 데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과 중소기업 부실채권 비율이 상승한 점도 부담이다.
그래서 만약 오는 9일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면 다음 달에 또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종료돼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고 주요국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며 "앞으로 통화정책은 이러한 국내외 경제 상황을 신중히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