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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35시간 일하는 프랑스 공무원

이주상

입력 : 2010.09.03 09:18|수정 : 2010.09.05 09:49


프랑스에 정착하려면 누구나 겪는 고통이 체류증을 발급받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비자만 받으면 현지에서 곧바로 살아갈 수 있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경우, 비자는 입국 절차일 뿐이고 3개월 이상 장기 체류를 하려면 반드시 체류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체류증 발급 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린다는 겁니다. 통상 3개월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 3개월 안에 발급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 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프랑스 공무원들의 업무처리는 짜증스러움의 '극한'입니다.

이런 프랑스 공무원들 업무태도에 관련된 책이 올 초 발간됐습니다. 제목은 <정말 일이 많아 죽겠어요, 공무원들의 역설>입니다. 책의 내용을 짐작케 해주는 부제가 "35시간 일하기...한 달에." (프랑스는 주당 근무시간이 35시간이죠) 제목과 부제만 봐도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의 저자는 <조에 셰퍼드>라는 이름으로 돼 있는데 가명이고, 실제로는 사진에 보이는 올해 30살의 지방 정부 공무원 <오렐리 불레>입니다. 불레는 프랑스의 명문 그랑제콜인 정치대학(씨앙스 포)을 나와 프랑스 남서부 아키텐느 지방의 고위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젊은 공직자로서 자신이 근무하면서 느낀 프랑스 공무원의 문제를 르포 형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한 시간 반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일주일 동안 미뤄놓고 있다는 거죠.

책이 발간되자 당장 아키텐느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공무원으로서 비밀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불레는 2년 정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보수도 없고 경력 산정에서도 빠지는 공직자로서는 가혹한 징계죠.

재심을 청구한 끝에, 최근 4개월 정직에 6개월 근신으로 징계 수위는 줄어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불레는 행정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자신의 책에서 어느 누구도 특정할 수 없도록 인물과 상황을 다 각색했기 때문에 비밀 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거죠. 또 이와는 별도로 두 번째 책을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의료 기관 등 세 부문의 체계로 나뉘어 있는 프랑스의 공무원은 53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0%에 가깝습니다. 공무원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오렐리 불레의 싸움이 아직은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