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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참여위원회, 곽노현식 학생자치의 시작

최우철

입력 : 2010.08.31 19:24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학생자치관


"초월의 빛을 보았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오늘(31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민주적 역량이 뛰어나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곽 교육감은 교육감이 되기 전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주도했는데, 이때 교육현장을 볼 기회가 많았고 학생들을 만나며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알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이 과정에 지금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주변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됐다는 겁니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생활세계가 좁을 뿐이지, 생활세계에 대해선 가장 잘 안다."는 말도 했습니다. 학생들 일은 자기가 제일 잘 알고 처리할 줄도 안다는 건데요. 학생 자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곽 교육감의 주요 논거입니다.

최근 그는 각종 교육정책 수립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통로를 만들겠다고 밝혔는데요. 가칭 '서울교육 학생참여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 계획입니다.

지난 24일 서울시의회에 이 구상을 보고했습니다. 체벌 전면금지 정책에 이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 토론회에서도 질문거리로 등장했는데요. 동아일보 하준우 편집부국장은 "학생참여위원회가 정책에 참여할 경우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교육 주체 간에 갈등 거리가 많아질 걸로 우려된다."고 질문했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은 답변으로 일본의 경험을 제시했습니다. 아동인권조례를 제정한 일본의 한 도시 관계자들은 "가장 의미 있는 건 학생참여기구였다"는 말을 자주한다고 전했습니다.

청소년의회 같은 자치활동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장치가 학생의 인권과 학교의 민주주의를 확대했다는 겁니다.

학생참여위원회

곽교육감은 취임 2달 째를 맞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그가 밝힌 대로면, 내년부터 초중고 별로 가칭 서울교육 학생참여위원을 뽑고, 1학기에 최소 1차례 교육감이 이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건의 사항이나 정책에 대한 의견을 직접 듣기로 했습니다. 학생 참여위원은 무작위 추첨을 하거나 학생회장 가운데 뽑는 방안이 검토하고 있습니다.

예상하시겠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참교육학부모회 등 진보성향의 단체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 주체들의 의견 수렴 통로가 확대되는 건 교육현장의 민주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한국교총은 즉각 반대 성명을 내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판단력과 정보부족 탓에 특정 성향의 교사에 학생들이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며 전교조를 의식한 듯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학생 자율과 참여를 확대하는 곽노현식 교육 개혁이 본격 추진되면서, 기존 교권을 강조해 온 교육계와의 마찰음도 잦아질 전망입니다.

뒷 얘기지만 이 참여위는 원래 '학생자문위원회'로 명명될 뻔했습니다. 말 그대로 학생들에게도 정책에 대한 의견을 받겠다는 뜻인데, 학생에게 무슨 자문이냐는 내부 의견으로 참여위원으로 바뀐겁니다.

자문위라고 이름지어졌으면 어땠을까요? 오히려 논란거리가 안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혁신학교'를 이해하는 한 가지 단서

곽노현 서울교육감의 핵심정책 단 하나를 꼽으라면 '서울형 혁신학교' 300곳 지정을 들 수 있습니다.

혁신학교는 서술형, 토론식 수업과 적성교육 중심의 공립학교 모델로 곽노현 교육감이 공교육 활성화와 사교육 대책으로 내놓은 공약입니다.이 새로운 학교를 어떻게 늘려나갈지 구체적인 청사진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곽 교육감은 일단 내년 40곳을 시작으로 2012년엔 80곳을 추가지정하고, 오는 2014년까지 서울지역 초중고 300곳을 혁신학교로 지정하겠다고 시의회에 보고했습니다.

혁신학교 학급당 학생수는 초등학교 24명, 중·고등학교는 30명 이하로 줄일 계획입니다.
그는 오늘 토론회에선 다음주 쯤 혁신학교 추진단이 꾸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후보 시절부터 곽 교육감을 취재한지 넉 달 정도 됐습니다. 혁신이라는 말은 곽 교육감의 중요한 아젠다입니다.

곽 교육감을 만날때마다 가장 자주듣는 말이죠. 그는 지식인이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사고하고 말하길 즐깁니다. 혁신학교는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는 '사실 모든 학교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로 입을 엽니다. 선문답 같지만, 혁신학교가 결국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학교'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공교육을 바꾸는 일종의 거점이라는 거죠. 정책은 거점이 아닌 지역이 거점을 닮는 방향으로 추진됩니다. 무형의 목표는 현실로 옮기기 힘들지만, 실체가 있는 것은 모방하기 쉽죠.

혁신학교라는 실체를 세워서 다른 모든 학교가 닮도록 하는 것. 이것이 곽노현식 공교육 정상화의 철학인 겁니다.

곽노현 교육감은 혁신학교를 중학교부터 지정해나간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학교 시기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이유인데, 제겐 확실한 답은 아니었습니다. 오늘 토론회에서 나머지 답이라고 생각할 만한 단서를 얻었죠.

솔직히 현실적으로 중학교가 가장 쉽다는 것입니다. 그는 초등학교는 일정 부분 혁신이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참여정부 당시 평준화정책을 강하게 추진한 유인종 교육감 시절 많은 성과가 있었다는 겁니다.

'석차 없는 학교'를 예로 꼽았습니다. 그럼 왜 고등학교는 2순위일까요? 중학교보다 어렵다는 겁니다. 대학입시와 연계돼 건드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고등학교는 때문에 학년별로 구분해서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곽 교육감은 항상 실사구시적 인물로 자신을 봐달라는 말을 자주합니다. 실사구시의 눈으로 공교육 정상화라는 명분과 입시경쟁의 현실을 직시해야만, 혁신학교 정책도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