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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시대에도 '출입 기자' 할 일 많네

임찬종

입력 : 2010.08.30 09:40|수정 : 2010.08.30 10:52


얼마 전 서울지방경찰청 엠바고가 깨진 일이 있었습니다.

경찰이 트위터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피의자를 불구속 입건했다는 보도자료를 준비하고, 약속한 날짜에 다 함께 보도하도록 출입기자단에 엠바고를 걸어서 자료를 제공했는데 그 약속이 깨진 것입니다.

엠바고를 파기한 사람은 특정 언론사 기자가 아니었습니다. 수사의 대상이 됐던 선거법 위반 피의자가 직접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이런 내용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어이가 없다'는 내용의 '트윗'(트위터에 쓴 게시물)을 올린 것입니다. 기존의 저널리즘 관행이 SNS(Social Network Service, 트위터'도 SNS의 일종) 시대에 얼마나 무력해 질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른바 '올드 미디어(old media)'인 지상파 방송의 기자로 일하면서 트위터의 위력을 느끼는 경우는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소방서를 체크하며 사건 사고를 챙기고 있는데, 어딘가에 불 났다는 소식이 트위터에 올라올 때. 유명 인사의 입각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백방으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 인물이 자기 트위터에 관련 입장을 발표했을 때. 물의를 일으킨 고위급 인사의 행방을 찾고 있는데 그 인물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진을 누군가 트위터에 올렸을 때....트위터는 기존의 '올드 미디어'가 미처 커버할 수 없을 만큼 넓은 영역을 아우르고, 올드 미디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아마도 이런 특징을 간추리면 "누구나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실시간 1인 미디어를 가질 수 있게 된 시대"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별 다른 자본 없는 사람도 팔로워 수를 늘리면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고, 자신이 팔로우하는 사람들을 늘리면 수 많은 정보 소스를 큰 노력 없이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영향력 있는 1인 미디어들의 행동들이 모이면 기존 미디어가 잡아내지 못한 팩트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런 과정을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이란 단어로 부르더군요.

이런 세태를 보면 '정보의 유통자'와 '정보의 게이트키퍼'로서 기존 언론의 역할이 상당부분 퇴색했다는 학자들의 진단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거대 미디어는 대신 '심층 보도'에 전념하라는 충고를 흔히 받습니다. 쏟아지는 속보와 팩트 취합은 이제 1인 미디어 혹은 1인 미디어들의 집단적 행동으로 충분히 가능하니, 거대 언론사들은 우월한 취재력을 심층적 보도에 집중하는 권유입니다. 이것도 옳은 말입니다.

그러나 구태의연해 보이는 거대 언론사의 취재 행태, 특히 '출입처 저널리즘'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 해야할 몫이 있습니다. 기자들이 상주하는 '출입처'는 대부분 이른바 힘 있는 기관들입니다. 이 기관이 누구에 의해, 무엇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누군가는 관찰하고 감시해야 합니다.

예컨대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어떤 팩트를 인지하고 어떤 방향으로 수사하는지 경찰청 대변인은 절대 말해주지 않습니다. 경찰 출입 기자들은 그래서 수사를 받는 피의자들에게서, 압수수색을 당한 사무실의 직원에게서, 때로는 일선 형사들과의 술자리에서 어떤 경우에는 경찰서 쓰레기통에서 경찰이 말하지 않은 '팩트'를 건져올립니다.

일부 네티즌들의 생각처럼 기자들이 전지전능하여 알고서도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기자들은 '주어진'(기자들 말로 pool된) 팩트가 아니라, 새로운 팩트를 발굴하기 위해 출입처 주위를  끊임없이 맴돕니다. 그 '발굴한' 팩트 한 줄은 때로 정권을 흔들고 역사를 바꿉니다(가장 최근 사례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현역 의원 사찰 사실을 '발굴해' '보도'한 사람들은 'SBS 법조 출입 기자'들이었습니다).

요즘 올드 미디어 '출입 기자'들의 보도가 출입처를  향하는 칼이라고 하기엔 너무 무뎌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칼은 무뎌졌으면 날카롭게 벼려야 하는 것이지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핵폭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도 보병의 역할이 있듯이, 트위터가 활개를 치는 저널리즘 현장에서도 '출입기자'는 아직 해야 할 몫이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