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를 사흘 앞둔 29일 여의도 정가는 '대충돌'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듯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지난주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잦은 말 바꾸기 등으로 김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한나라당은 9월 1일 본회의에서 인준을 강행할 태세고, 민주당 등 야당은 '인준 불가' 의지를 다지면서 전열을 정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서도 소장파를 중심으로 '김태호 불가론'이 확산하고 있어, 정국의 향배를 좌우할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한나라당 = 야당과 당내 소장파 양쪽으로부터 '김태호 낙마론'이 터져 나오는 '내우외환'에 빠져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해 악화된 여론을 돌이킬만한 '반전 카드'가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대야(對野) 전선에서 협상은 이미 물 건너간 듯 보인다.
김 후보자의 인준을 위해 야당과 추가 협상을 모색하기보다 일찌감치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그만큼 인사청문특위에서의 타협의 여지가 희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 지도부는 일단 박희태 국회의장을 설득, 9월1일 본회의에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 표결에 부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강행의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대답을 잘못하고 말을 바꾼 잘못은 있지만, 총리직 수행에 결정적 하자는 없다"며 "그대로 포기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비쳤다.
이명박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운영과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김 후보자의 교체는 불가하다는 청와대의 확고한 의지도 여당의 선택폭을 좁히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일단 들끓는 민심이 가라앉기를 기대하며 주말과 일요일 '민심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바닥 여론을 살피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당의 다른 한편에서는 여론을 거스르며 무리하게 인준을 밀어붙였다가 당이 치명타를 맞는다며 반대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수도권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에서 '김태호 불가론'은 전혀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다.
한 의원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느 정권은 총리.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고 싶었겠는가. 그렇지만, 어쩔수 없이 따라야 하는 게 민심"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 후보자의 인준을 둘러싼 찬반논란은 오는 30∼31일 천안에서 열리는 연찬회에서 최고조에 달하면서 김 후보자의 거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 =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각오로 인준 총력저지 태세를 다지고 있다.
그동안 '8.8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 대상 10명 가운데 7명을 '부적격자'로 낙인, 전선 확대에 주력했다면 내달 1일 국회 본회의 인준 절차를 앞두고 김 후보자에게 화력을 쏟아붓는 '선택과 집중'으로 막판 전술을 선회한 흐름이다.
별도의 인준 절차가 필요 없는 장관.청장급 인사들에 대한 파상공세로 초점을 분산시키기보다 김 후보자 한 명을 정조준, 인준을 무산시키는 쪽이 더 효과가 크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여기에는 세대교체라는 이번 개각의 상징성을 대변하는 김 후보자의 중도하차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 추동력을 떨어뜨리면서 7.28 재보선 참패 이후 여권에 내준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총리 인준을 수용하는 대신 일부 장관 내정자들의 낙마를 견인한다는 '빅딜설'이 불거지면서 오히려 김 후보자에 대한 강경 드라이브를 자극했다는 해석도 있다.
당 관계자는 29일 '장관 내정자 2∼3명을 낙마시키는 것보다 총리 후보자 1명의 낙마를 이끄는 것이 훨씬 메가톤급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권이 예고한 대로 내달 1일 본회의 직권상정을 통해 인준안 강행처리를 시도한다면 야권 공조를 통해 '몸으로 막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하지만, 본회의 표 대결 사태로 치달으면 수적 열세로 인준을 막아내기 힘들다는 인식에 따라 본회의 전에 김 후보자의 낙마를 현실화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주말과 휴일 대국민 여론전을 강화, 반대여론 극대화를 시도하기로 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결정적 한방'을 추가로 폭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여기에 여권 내 기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은근히 여권의 분란을 부채질하려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다만, 이번 개각의 총체적 문제점을 부각, 김 후보자 불가론의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원칙과 명분'을 내세워 일부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공세도 거둬들이지는 않을 기세다.
최근 당 자체 여론조사에선 신재민(문화부), 이재훈(지경부), 조현오(경찰청장) 내정자 등의 순으로 '부적격' 답변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