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정부 고위직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본질을 벗어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누가 적임자냐는 본래의 취지는 무색해졌고 이젠 차라리 "누가 더 후안무치하지 않은 인물이냐?"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 이는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되기까지 한 웃지 못한 우리 정치의 넌센스라 아니할 수 없다.
23일 인사청문회에서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자신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여야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차명계좌에 관한 건을 계속하여 추궁했지만 "송구스럽다"는 말로 예봉을 피해 나갔다.
그러면서도 노 전 대통령 묘소에 가서 무릎 꿇고 사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의엔 그럴 생각이 있다고 '굴복'하기까지 했다.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에게 민주당은 학력 부실기재를 집요하게 문제 삼았고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하여 부적절했다고 인정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겐 예상대로 장녀의 미국국적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그는 "아이가 미래 스케줄(학업)에 따라 결정했고, 엄마로서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딸이) 우리나라를 위해 일할 아이라는 것은 확신을 갖고 말씀 드리겠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이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이 미국 국적이란 아이러니에 또 한 번 혼란스러워진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하여는 논문 중복 게재 의혹 등을 캐묻는 상황이 연출되었고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장관으로서의 전문성 검토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됐다.
이런 와중에 'SBS 8뉴스'에서는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평생 매달 120만 원씩의 수당을 지급하는 법안이 슬그머니 통과된 사실을 밝혔다. 지난 2월에 통과됐다는 이 법안을 보면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매달 지원금을 평생 지급한다는 것이 골자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이같은 지원의 대상자는 750여 명이고 여기에 들어가는 돈만 1년에 1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돈은 역시나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 아니던가?
이런 걸 보면 국회 청문회 같은 데서는 작위적이며 의도적인 호통을 치고 정작 돌아서서는 '자기들끼리 짜고 다 해 먹는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워진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청렴은 목민관의 본무요, 모든 선의 근원이며 덕의 바탕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능히 목민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목민관(牧民官)의 사전적 의미는 백성(국민)을 다스리는 벼슬아치라는 뜻이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공직자는 물론이요 국회의원들까지 그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자격도 안 되는 이들을 장관이란 요직에 앉히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나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실은 개고기를 파는 것(羊頭狗肉)과도 같은 국회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를 보는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 나라는 국민의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천국인가?
홍경석 SBS U포터
https://ublog.sbs.co.kr/casj007(※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송고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