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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바닷가, 관심 좀 가져주세요

김범주

입력 : 2010.08.22 15:10


주중에 1박 2일로 전남 신안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국내최대 사구, 모래언덕이 사라지고 있다고 해서였는데요. 서울에서 차로 네 시간 반을 달린 뒤에 배까지 타고 들어간 임자도라는 섬 해변에 도착하는 순간, "아, 좋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위에 사진을 한번 보세요. 너른 백사장 뒤로 야트막한 모래언덕이 길게 펼쳐져 있는데 참 경관이 아름다웠거든요.

파도가 백사장에 쌓아놓은 모래를 바람이 다시 옮겨 쌓은 모래언덕이 사구입니다. 겉보기엔 그냥 풀밭 같은데 바닥을 보면 밀가루 같은 고운 모래가 수북합니다. 그리고 태풍이나 해일이 오면 자연제방 역할을 하면서 다시 모래를 바다로 돌려보냅니다. 섬에선 찾기 힘든 지하수를 보관하는 역할도 하고요, 육지와 바다 사이에서 독특한 생태계를 만들기도 합니다. 여튼, 그냥 보면 좋습니다. 그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경관만으로도 보존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임자도는 이 사구가 길이 6킬로미터에 축구장 3백개 넓이로 국내 최대 면적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이 임자도 사구가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환경에 대한 무지'때문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요. 사구는 큰 파도가 치면 이 파도와 맞서질 않고 자연스레 그 에너지를 받아내고 대신 모래를 넘겨줍니다. 그러니까 피차간에 큰 피해가 없이 고비를 넘기는 셈인데요. 액션영화를 찍을 때 주인공과 악역이 서로 다치는 일 없이 '합을 맞춰서' 잘 주고 받는 장면을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이 사구 절반에 제방이며 해안도로, 시멘트 계단 같은 인공구조물을 생각 없이 설치했다는 겁니다. 큰 파도가 치면 이 구조물은 파도의 힘을 받아 주는 것이 아니라 반사를 하는데요. 튕겨나간 파도는 그 에너지가 넘치니까 돌아가는 길에 바닥의 모래를 팍팍 긁어나가는 거죠. 그러니까 백사장 모래도 망가지고, 사구도 엉망이 되고, 결과적으로 바닷가 경관이 서서히 망가지게 되는 겁니다.

밑에 사진이 그 망가진 지역입니다. 대부분 지역에서 백사장은 이미 50미터 이상 줄어들었고, 남은 곳도 모래가 다 빠져나가서 돌멩이만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제방이 잘못됐다고 생각을 하기는커녕, 모래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제방을 더 크게 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현실이랍니다. 현실을 전혀 모르는거죠.

                                    

 

그나마 임자도는 멀리 떨어진 섬이라 개발이 덜 됐지만, 뭍에 있는 해안사구는 이미 완전히 망가진 곳이 여럿입니다. 이런데도 정부는 대책이 없습니다. 환경부가 뭘 해야 할 것 같은데, 사실 우리나라 바다는 또 국토해양부 관할입니다. 국토해양부, 아시다시피 제방 같은걸 짓는 건설에 관심이 많지, 어떻게 경관을 보호할 지는 또 관심이 없는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이 문제는 발전 없이 계속 이렇게 악화일로를 걷게 되는거죠.

지금이라도 이 제방과 해안도로를 뒤로 무르고 앞면은 자연스럽게 복원해야 할텐데, 반대로 치장하고 더 건설하려고 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생리이다보니 해안은 계속 망가져만 갑니다. 보도는 하지만 당장 바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에,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