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폭력성 등으로 인해 두 차례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으며 개봉에 어려움을 겪었던 영화 '악마를 보았다'는 살인을 즐기는 연쇄살인마와 그에게 약혼녀를 잃고 그 고통을 뼛속 깊이 되돌려주려는 한 남자의 광기 어린 대결을 그린 스릴러영화로 충무로의 대표적 흥행배우 최민식과 이병헌이 각각 살인마와 복수남으로 호흡을 맞췄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는 3차 심의에서 한단계 수위가 낮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12일 정식 개봉됐다.
이병헌·최민식이 연기 대결을 펼친 '악마를 보았다'가 원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와 나란히 박스오피스 1,2위를 기록하며 한국형 스릴러 영화의 대결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아저씨'는 지난주까지 총 관객 수 200만명을 기록하며 8월 셋째 주 흥행 1위를 기록하면서 꺽이지 않는 흥행세를 보였다.
반면 두 차례의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 끝에 청소년관람불가로 개봉을 확정지은 '악마를 보았다'는 개봉 첫주 63만명을 기록하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흥행세를 몰고있다.
흥행돌풍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각양각색의 평가들의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연출력과 연기력 그리고 사회고발성 등에서 호평을 받는 한편 절반은 '지나치게 잔인하다' '시원하고 통쾌하다'는 평을 받고있다.
그러나 영화는 결국 흥행의 시작을 알리고 있으며 흥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이병헌 최민식 두 주연배우의 티켓파워에 근거한 훌륭한 연기력이 입소문을 내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최민식은 연기력 하나만큼은 둘째 가라면 서러울 배우로써 모처럼 제대로 된 캐릭터를 만나 그동안 펼치지 못했던 모든 연기력을 한꺼번에 발산했다.
'악마를 보았다'는 '제대로 된 최민식을 보았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최민식의 연기력이 분수처럼 내뿜는 대표작으로 손꼽힐 만하다.
최민식에 근접하는 이병헌의 확 달라진 연기력도 빠질수없다. 이병헌은 '한류스타'란 이름값에 비해 연기력에 대한 평가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아주 정상적이던 한 남자가 약혼녀를 잃은 슬픔이 분노로 바뀌면서 악마로 변해가는 이중적 캐릭터를 정말 감탄할 정도로 잘 그려냈다.
두번째는 모든 장르에 걸쳐 희한할 정도로 탁월한 김지운 감독의 연출력이다. "영화가 개봉된다는 사실만으로 이렇게 감격스럽고 기쁘긴 처음이다." 라며 '악마를 보았다'의 김지운 감독이 2번의 재심 끝에 영화를 선보이게 된 소감을 이 같이 밝혔었다.
그는 블랙코미디 '조용한 가족' '반칙왕','장화, 홍련','달콤한 인생','놈 놈 놈' 등 만지는 영화마다 각자 다른 장르적 특성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몇 안되는 한국감독이다.
또한 영화 곳곳에 복선을 깔아놓은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줬다. 연쇄살인범 경철(최민식)이 승합차 룸미러 양옆에 천사의 날개를 달고 그가 입고다니는 운동복 뒤에 십자가가 새겨졌다는가 하는 아이러니를 통해 이 사회에 일갈하는 감독의 재치를 관객들은 즐기면서 보았다.
이 영화가 잔인하고 메스껍다고 불평하면서도 어느새 가슴 한켠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수 있는 사건이라 생각해보면 가슴 서늘해지는 공감대를 형성케 하는 것이다. 개봉전부터 잔인하다는 입소문으로 '도대체 얼마나 잔인하길래'라고 궁금증을 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병헌과 최민식이 극악무도함의 극치를 보여준다는데 더욱 호기심을 유발하게 만들었다.
김지운 감독은 개봉에 앞서 있었던 심의 논란과 관련 "영화 장르가 스릴러로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점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한 뒤 "개봉판은 겨자 덜 묻힌 생선초밥 정도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완성된 영화에서 7~8군데 장면 수정이 있었고 총 길이는 1분30초가 줄었다"고 애초 감독판과 12일 극장에 걸리는 개봉판의 차이를 덧붙여 말했다.
재심의를 위해 무려 2차례나 영화에 손을 대야 했던 김지운 감독은 "지독한 복수가 지루한 복수가 될까 걱정이 많았다. 왜 유독 우리 영화만이라는 생각도 했는데 나중에는 최민식 이병헌배우의 연기가 그만큼 사실적이어서 그랬겠지 좋은 쪽으로 이해하려 애썼다"고 착잡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서..."라는 보충설명도 뒤따랐다.
배우 최민식은 이 영화를 통해 "한마디로 죽을 맛이었다"며 "육체적 고통에 정신적 피로까지 겹쳐 각오했던 것 그 이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이어 "만약 극중 역할에 이전 작품들에서처럼 몰입했다면 구치소에 들어가야 했을 것"이라며 "장경철로 사는 것 자체가 너무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웠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몰입을 피했는데 연기적인 측면에선 가장 테크니컬하게 접근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고 이전 작품들과의 차이를 설명했다.
'악마를 보았다'를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시나리오의 원색적인 느낌에 반했다"며 "사람을 벌레 죽이 듯 하는 경철과 그에게 처절한 복수를 가하는 수현, 두 남자의 모습에서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 우리가 무언가 찾을 것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이번 영화에서 이병헌과 처음 연기호흡을 맞춘 데 대해 "즐겁고 보람된 시간이었다"는 말로 깊은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극단적으로 호평과 악평이 엇갈리는 논란 속에 개봉 9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악마를 보았다'는 최민식 이병헌의 열연과 김지운 감독의 슬프고 지독한 복수를 그린 연출이 관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영화의 폭력수위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지 토론주제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뜨거운 문제작 '악마를 보았다'는 계속해서 선택을 받게 될 수 있다. 가장 잔인한 영화가 과연 몇 명에게나 보여 질지 최민식 이병헌의 열연과 김지운 감독의 슬프고 지독한 복수를 그린 연출이 관객들의 발길을 꾸준히 이끌지 주목해본다.
곽은아 SBS U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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