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혐의 형사들끼리 물고 물리는 이전투구
제가 다른 나라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처럼 여성의 성을 상품화해서 성매매가 곳곳에서 이뤄지는 나라는 지구상에 그렇게 흔하지는 않을 겁니다.
신종 성매매 업소들의 등장이 뉴스를 장식하기 일쑤고, 공무원이나 고위급 인사들이 무슨 뇌물을 받고, 향응을 받았다는 뉴스에는 꼭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혐의도 같이 들어가곤 하죠. 아직도 사회 권력은 분명히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부작용이기도 할 겁니다.
서대문경찰서 형사과 소속 경찰관 2명이 사채업자로부터 성 접대를 받은 걸로도 모자라, 해당 사실이 발각되자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네 잘못은 덮어주고 나 혼자 책임을 질 테니 그 대가로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는 뉴스는 시쳇말로 정말 '지저분한 뉴스'였습니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도 참 찝찝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한 형사가 10년 가까이 '형님 동생 사이'로 알고 지내던 사채업자와의 술자리에 동료 형사를 데리고 나갑니다. 술자리는 밤늦은 시각까지 이어졌고, 둘은 사채업자 돈으로 성매매업소에 갔습니다(아직 피의자 단계로 검찰에서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그랬다고 써선 안 되지만, 사건을 조사한 경찰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하면 그렇습니다). 이 때가 2008년 초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2010년이 됐고, 올해 초 경찰의 성매매업소 유착비리나 공직자윤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경찰이 윤리기강을 다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죠. 성 접대를 받았던 형사 A 씨는 이때부터 사채업자 B 씨와 거리를 두기 시작합니다.
B 씨가 만나자고 해도 피하고, 전화통화를 하면 "너 같은 놈이랑 알고 지내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알아라. 자꾸 전화하지 마라"는 식의 말을 했겠죠. 화가 난 B 씨, 경찰서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진정을 제출합니다. 진정서가 접수된 게 지난달 22일입니다. A 형사는 이틀 후인 24일, 사표를 냅니다.
진정서의 내용에는 A 형사 뿐 아니라 동료형사(C 형사라고 합시다)에게도 함께 성 접대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청문감사실에서는 자체 조사를, 형사과에서는 사건 조사를 시작합니다. 여기서 소원해졌던 A 씨와 B 씨가 다시 손을 잡습니다. 자기는 성 접대를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C 씨의 불안감을 자극해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내가 다 책임지고 나만 옷 벗겠다. 너는 무사할 테니 돈을 달라"는 게 A 씨의 협박내용이었습니다. C 형사는 3,500만 원을 건넸습니다(혐의를 부인하면서도 돈을 내준 걸 보면 물증은 없어도 심증은 가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C 형사는 다시, 옷을 벗은 A 형사가 돈을 요구해 뜯어갔다며 이 사실을 청문감사실에 알립니다. 말 그대로 물고 물리는 이전투구 양상입니다.
둘은 모두 파면됐습니다. 지난 14일의 일입니다. 그리고 경찰 2명과 성 접대를 제공한 사채업자 B 씨도 모두 입건됐습니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습니다.
성 접대 혐의, 성매매 혐의 외에 공갈·협박 혐의가 추가됐습니다.
비록 경찰 스스로의 손에 의해 사실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을 때려잡아야 할 경찰관들이, 같이 불법의 바다에 발을 담근 걸로 모자라 서로 헐뜯고 끌어내리려다 결국 좋지 않은 결말을 맞게 된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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