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도심 속 방역 사각지대

송인근

입력 : 2010.08.16 18:30|수정 : 2010.08.17 18:11


여름입니다. 밤마다 몰려드는 모기떼로도 모자라 매미 소리 때문에도 잠을 깨게 되는 요즘인데요. 이런 여름날이면 더욱 문제가 되는 게 소독, 방역입니다.

요즘처럼 깨끗해진 시절에 어렸을 때 멋모르고 재밌있게 쫓아다니던 '부웅~' 소리 내는 소독차가 갑자기 무슨 소린가 싶으신 분도 계실 텐데요. 취재차 다녀온 재개발지역의 방역 문제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먼저 찾아간 곳은 서울 동작구 상도4동 재개발 11구역. 원래부터 산동네에 다닥다닥 집들이 붙어있던 곳인데요. 잇따른 용도변경, 땅주인과의 갈등 속에 무허가상태로 지내던 세입자들 대부분은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뒤 강제철거를 당하거나 내쫓겼고요. 남아 있는 사람들은 50여 가구 70명 쯤 되는 곳입니다.

많은 집들이 공가나 헐려버린 폐가였는데, 위생에 가장 위협이 됐던 건 철거할 때 그대로 방치해 둔 정화조였습니다. 대부분 재래식 화장실이었는데 정화조(이른바 똥통)를 전혀 비우지 않은 채 집을 헐거나 그냥 방치해둔 상태니까 그 안은 벌레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었겠죠.

열심히 벌레들을 찍었는데 8시 뉴스가 시청자들이 저녁식사하시는 시간이라 방송에 내보낼 수 없을 정도로 벌레가 득실득실했습니다. 원래 철거를 할 때는 정화조를 먼저 비우고, 비웠다는 사실을 (구청으로부터) 확인 받아야 철거허가가 나는데요. 대부분 철거업체들은 가짜 서류를 만들어 정화조를 비웠다고 구청에 제출하고, 구청은 실사 확인 없이 철거허가를 내주는 관행이 만연해 있습니다. 

쥐도 많아서 동네 곳곳에 쥐덫, 끈끈이들이 보였는데요. 생태계가 무서운 걸까요? 쥐가 많아지면 한두달 지나서 고양이가 늘어나고, 그러다 고양이가 넘쳐나면 다시 고양이는 줄고 쥐가 많아지는 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고 합니다.

유령도시 같은 곳에 남은 세입자들에게 여름에 더위보다 무서운 건 열악한 보건환경이었습니다. 재개발지역에 살더라도 자치구 주민이라면 당연히 보건소에서 최소한의 위생이 보장되도록 방역활동을 해줘야 할 텐데요. 보건소를 찾아가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너무 태연하게도 "일주일에 한 번씩 골목골목 소독을 하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벌레 가득한 동네를 한 시간 전에 제 눈으로 보고 왔는데도 말이죠.

계속 묻다 보니, 정확히는 소독·방역작업을 보건소에서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민간업체에 위탁을 맡겨 실시하고 있는데 민간업체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정해준 구역에서 소독을 실시했다고 보고하면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실제로 골목골목, 소독이 필요한 곳에 우선적으로, 적극적으로 작업을 했는지는 한 마디로 '알 수 없다'는 거죠. 장부상에는 매주 한 걸로 돼 있지만 동네 주민들은 몇 년, 몇 달을 살면서도 업체에서 소독하는 걸 본 횟수가 손에 꼽는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비탈길을 따라 동네에 올라오는 게 아니라, 재개발지역 경계가 되는 큰 길을 따라 대충 약 뿌리고 후다닥 갔다고 합니다. 정말 소독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저도 알 수 없겠지만, 적어도 보건소에서 위탁업체의 장부 보고만 믿고 소독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하는 건 무책임해 보였습니다.

인천의 다른 재개발지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꼭 제가 가봤던 곳이 아니더라도 재개발지역은 빈집도 많다보니 사람들이 몰래 버린 쓰레기도 많고, 아무래도 주변지역의 오염원이 될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얼마 전 재개발지역 내에서 잇따른 강력범죄가 일어나 재개발지역 방범이 강화됐었죠.

방범만큼 중요한 게 재개발지역 방역일 겁니다. 설사 남아있는 세입자가 한 명도 없더라도, 그 지역 밖에 사는 주민들에겐 끔찍한 여름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