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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저금리 불구 달러 이기는 엔화, 그 수수께끼를 풀어보면

입력 : 2010.08.13 12:09|수정 : 2010.08.13 12:09


엔화 강세의 수수께끼 - 이인구 대우증권 글로벌팀 선임연구원

95년 4월에 일시적으로 80엔 이하로 떨어진 이후로 엔화는 올해 들어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85엔 대를 지지선으로 등락을 거듭한다. 안전자산 선호. 미국 달러의 전세계 통화에 대한 약세 전환 등이 엔고를 부추기고 있다.

○엔화, 지나친 강세?

흔히 '일본 경제의 저성장과 낮은 금리 수준을 봤을 때 엔화가 이렇게 강세인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적정 환율의 개념을 잘 못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다. 15년 이상 엔화가 달러 대비 강세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화가치와 물가의 관계를 이해할 필요있다.

○양국간 물가변화를 반영한 이론적 환율과 비교

설명에 앞서 이 두 국가에서 생산되는 도요타 자동차의 품질은 완벽하게 일치하고, 세금이나 거래장벽은 없다고 가정하자. 이렇게 가정한다면 두 국가에서 매매되는 도요타 차의 동일 통화 환산 가격은 같아야 한다. 예를 들어 2009년 일본에서는 10000엔에 팔리고, 미국에서는 100달러에 자동차가 팔리고 있다면 미국에서 도요타 차를 살 수 있는 100달러를 엔화로 환전해서 일본에서 도요타 차를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괴리가 생긴다면 차익 거래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이렇게 동일 상품에 대해서 동일한 가치를 맞춰 주는 환율이 적정환율이 될 것이다. 표에서 2009년은 이렇게 구매력평가설을 충실히 따랐을 때의 적정환율 수준이 달러당 100엔임을 알려준다. 이제는 2010년이 되어서 일본의 물가는 5% 떨어지고, 미국의 물가는 5% 오른 상황을 상정해 보자.

여기서 물가가 떨어졌다는 말이 통화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물가가 떨어졌다는 말은 통화가치가 상승했다는 말과 동일하다. 2009년에는 10000엔으로 도요타 자동차 한 대를 살 수 밖에 없었지만 2010년에 되면 자동차를 한 대 사고도 500엔이 남는다. 엔화를 가지고 살 수 있는 구매력이 과거에 비해 증가한 것이다. 미국의 사례에 적용해 보면 미국은 물가가 5% 상승했고, 자동차 한 대 값이 105달러로 상승했다.

불과 1년 전에는 100달러면 살 수 있었는데 이제 100달러라는 화폐의 가치는 자동차 한 대 가치보다 못하 다. 결국, 2010년으로 넘어오면서 두 국가간의 물가 차이는 각국 통화의 구매력에 본질적인 차이를 발생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명목환율은 변화의 압력을 받게 되고, 두 국가 사이에서 동일 통화 환산 가격을 맞춰주는 수준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 값이 달러당 90.5엔이라는 환율이다. 2010년에 비해 달러가치는 하락하고 엔화가치는 오른 결과가 환율 변화를 통해 조정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적정 환율 추이와 명목환율

이런 기준에 따라 물가를 감안한 적정 환율 추이와 명목환율의 시계열 추이를 그려봤다. 그림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달러당 85엔이라는 명목환율 수준은 1995년과 2009년, 그리고 2010년에 모두 목격되지만 고평가 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의 판단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1995년의 경우는 CPI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PPP 이론 환율 수준 대비 40%나 하락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양국간 물가 수준에 비해서 엔화 가치가 너무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2009년이나 2010년의 경우는 명목 환율과 PPP 환율간의 괴리차가 크지 않다.

명목환율이 PPP환율 대비 약 9%가량 낮은 수준이다. 굳이 말하자면 정적 환율 수준대비 엔화가 약간 고평가라고 판단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달러대비 엔화의 명목환율이 15년 이래 최저치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사실 만으로 엔화가치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지나치게 비싼 수준으로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보다 정확하게 양국간의 적정환율 수준을 평가 하기 위해서는 두 국가간의 물가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양국간 물가 수준의 변화를 감안한 혹은 구매력을 정확히 반영한 이론 환율과 실제의 명목환율과의 차이를 통해서 한 국가의 통화가치가 (적정가 혹은 이론가 보다)고평가 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엔화 약세 전환의 조건

긴 흐름에서 보면 아직까지 엔화의 추세적인 약세 전환을 가져올 근거들이 미약하다. 물론 단기적인 통화량 증가와 시장 개입 등이 방향성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환율 흐름을 만들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보기 위해 양 국가의 CPI추이를 보겠다.

일본의 물가는 매우 낮거나 하락해왔고, 미국의 물가는 꾸준히 올라온 것이 지난 20년의 역사였고, 이 과정에서 양 국가간의 환율은 물가 변화를 반영하며 적절하게 조절되어 왔다. 단순히 엔/달러 환율이 85엔이라고 일본 경제와 수출 기업들을 파탄 낼 만큼 엔화가치가 과도하게 고평가 되어 있다고 말 할 수는 없는 것이다.일본과 미국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바뀔 필요가 있다.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 중에 하나가 화폐공급량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일본 중앙은행은 미국이나 영국, ECB에 비해서도 아직까지 과감한 통화 확장을 단행하지 않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과 미연준의 본원통화 공급량을 비교한 것이다. 이를 비교해 보면 일본은 심지어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본원통화의 증가가 거의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고, M2의 증가 역시 미국에 비해 미미했다. 그 만큼 시중에 엔화의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았고, 이 것이 엔화의 통화가치를 달러에 비해 온전히 보전해 준 요인이 되었다. 전일 일본 재무성 관료들이 긴급 회동을 가졌다는 뉴스가 나왔는데요 엔화의 지나친 강세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일본 중앙은행에서 엔화의 통화 공급량을 늘리 적정 수준으로 인플레를 유발시켜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日-韓, 엔고에 어떤 영향 받나?

아무래도 엔화 강세 현상 때문에 일본 업체들은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런 상황속에서도 일본의 무역환경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고, 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며 미국 지역에서의 가격 경쟁력 하락과 수출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난달 발표된 무역 통계에서는 새로운 뉴스를 볼 수 있다.

일본 재무성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중 무역수지는 연 환산으로 7400억엔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88년 10~12월 흑자를 기록한 이후 22년 만이고, 이는 자동차와 최신 전자제품 등의 수출이 늘어난 결과라고 한다. 아시아 통화들 역시 달러대비 강세 흐름을 기록하면서 엔화는 아시아 통화대비는 강세 흐름이 약하게 나타나고 있고, 아시아 지역의 전반적인 소비 증가로 수출이 우려했던 것 보다는 잘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무역 관계에서는 한국의 경우 정부에서 1150원대 이상에서 환율을 유지시켜 수출을 독려하려 하고 있는 반면에 엔화의 상대적 강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미국과 아시아 지역 전반에서 일본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수출이 시장의 우려보다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고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첫째, 그동안 주가 하락이 심했고, 원화 강세 부담으로 회피되었던 IT, 자동차 섹터에 대한 비중을 늘릴만한 시기 인 것으로 판단된다. 원화 강세로 시장의 실적 예상치는 낮아졌지만 강한 경쟁상대인 일본의 수출 기업들에 비해서 한국의 수출 기업이 보다 더 유리한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일본 투자 진입을 고려하기에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다만, 엔화 약세로의 기조적 전환은 일본 주식시장의 급격한 상승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매 맞은 놈 속이 후련하다'라는 말이 있다. 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달러대비 절상되고 있는 엔화와 이런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해외로부터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상황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매해 최종 제품 판매 가격이 하락하는 디플레 시대에 적정 마진을 유지한다는 것은 일본 기업들이 여타 국가의 기업들에 비해 더욱 원가 절감과 비용통제, 경영 효율화 과정을 겪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요타 및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한국 및 미국 시장에서 올해도 자동차 할인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일본 업체들은 이미 이런 원가 절감 상황에 20년 넘게 익숙해 져있다. 그런 가운데 적정 환율 수준보다 엔화의 가치가 절하되기 시작한다면 일본의 수출 기업들은 급격한 마진 상승을 누리게 될 것이다.

(www.SBSCNBC.co.kr  )

(보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 시청을 바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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