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
경남 산청에 있는 국새 전각전을 직접 찾아가보기도 했습니다.
민홍규 씨는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상당히 자주 바꾼다고 합니다. 어쭙잖은 취재력(?)을 발휘해 어렵사리 최근 개통한 민 씨의 전화번호를 알게 돼 수십번 전화도 해 봤습니다.
'전화기는 늘 꺼져 있었습니다.'
민홍규 씨는 SBS가 취재에 나섰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옥새전각장이며 4대 국새 제작자라는 자리가 좀 명예롭습니까? 사회부 기자가 실명을 거론하며 기사를 쓰려면 수많은 고민과정과 판단을 거쳐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국새 제작자의 명예에 커다란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각종 문건과 증언을 토대로 취재에 대한 120%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민홍규 씨의 해명 없이 기사를 쓰기로 했습니다.![]()
2007년 12월 박명재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은 4대 국새를 두고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자부심과 자신감에 넘치는 얘기입니다. 자부심의 핵심은 전통적 방식의 국새제작 원천기술로 만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옥새문화권인 한,중,일 세 나라 중에서 전통기술의 제작기법이 전수된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이 600년 동안 전승된 옥새제작의 비기를 유일하게 전승한 사람이 옥새전각장 '민홍규' 씨라는 겁니다.
'전통적 방식으로 제작하되 현대적 방식으로 감리한다'는 취지아래 4대 국새는 탄생했습니다. 감리기관은 금합금의 강도와 안정성, 완성도가 놀라운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30년 이상 사용해도 문제없다고 합니다.
국내 금합금 기술의 최대 권위자라는 KIST 교수를 비롯해 첨단기술이 동원된 3대 국새가 사용 10년 만에 균열이 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위대한 전통 방식으로 소위 재래식으로 만든 국새가 훨씬 더 튼튼하고 완벽하다는 것 아닙니까? 선조들의 뛰어난 전통문화가 첨단기술을 압도했다며 국새 발주처(?)인 행자부는 난리가 났습니다.
전통적인 국새제작기법은 전 세계에서 우리만 갖고 있으니 대대손손 물려줘 제작기술의 가치를 보존하겠다고 떠들었습니다. 그래서 경남 산청에 총 예산 120억여 원을 들여 현재 국새 박물관을 짓고 있습니다.![]()
민홍규 씨가 주장하는 전통방식의 제조기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음양오행설에 따라 음과 양의 기운을 조화롭게 유지하기 위해 금,은,동,아연,주석 이라는 5개의 금속을 사용한 이른바 오합금의 금합금을 만든다는 것.
둘째, 또 음양오행설에 따라 백토 등 전국 팔도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5가지의 흙을 섞은, 오합토를 이용해 거푸집을 만든다는 것.
셋째, 현대식 가마가 아닌 재래식 가마, 일명 대왕가마라는 5개의 가마를 사용해 여러번 구워내는 과정을 거쳐 국새를 만든다고 합니다.
취재과정에서 당시 국새 감리를 맡았던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보고서를 입수하게 됐습니다. 민홍규는 5합금이라는데 감리기관의 분석결과는 주석을 뺀 4합금 이랍니다. 합금을 만들다보면 금속의 종류가 4개건 5개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 디자인이나 국새 때깔에 더 관심이 있을 뿐 합금의 종류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합금이라는 민홍규의 합금은 단순한 제작자의 판단을 넘어 600년 동안 비기로 전수된 음양오행의 철학과 사상이 담긴 합금 아닙니까? 조선시대 옥새가 5합금으로 만들었다는 데 현대 국새를 4합금으로 만들리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하나 의아했던 사실은 현대의 합금기술자들은 금합금에는 주석을 절대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모 합금기술자는 "주석이요? 금합금에요? 허허. 어디가서 그런얘기 하지 마세요. 망신당합니다."라는 말로 취재기자를 머쓱하게 만들었습니다.
합금제작의 최고 권위자라는 민홍규씨의 주장을 토대로 우쭐대며 물어봤다 괜히 망신만 당했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합금기술자들은...
주석에는 납성분이 들어있는데 이 납성분이 금과 만나면 잘 섞이지 못해 합금이 합금으로서의 강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잘 떨어져 나간다고 합니다. 게다라 나중에 합금을 분리할때 금과 주석을 분리할 수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예로부터 금과 주석은 상극이라고 해 절대 같이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예로부터 금과 주석을 함께 쓰지 않았다는데 왜 민홍규는 함께 쓴다고 주장할까요? 그리고 왜 국새는 4합금으로 만들었을까요?
행정안전부를 통해 민홍규 씨의 해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민홍규 씨는 행정안전부에 주석을 첨가하면 국새가 쉽게 깨지기 때문에 다른 금속을 첨가해 오합금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성분 분석 결과가 문제 있는 겁니까? 주석이 아니라면 또 다른 금속 성분이 나와야 할텐데 말입니다.
주석을 사용했다 안했다가 아니라 오합금이냐 사합금이냐가 의문의 시작이었는데요. 간접적으로나마 민홍규의 해명을 듣고나서 신뢰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취재는 한 단계 더 들어갑니다.![]()
흙은 가마에서 어느 온도이상 구우면 세라믹화가 됩니다. 그래서 잘 깨지게 되죠. 도자기가 그렇습니다. TV에서 가끔 보시죠. 장인이 도자기를 굽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까운 초벌구이 도자들을 사정없이 내리치곤 합니다.
거푸집은 틀입니다. 거푸집 안에 주물을 부으면 국새든 뭐든 거푸집 안에 디자인 된 틀에 따라 금합금이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 상태로 가마에서 굽게 되면 비로소 국새가 탄생하게 됩니다.
민홍규의 주장에 따르면 거푸집이 흙으로 만든다고 하죠. 주물을 담아 가마에서 구우면 거푸집은 초벌구이한 도자기처럼 세라믹화 될 겁니다. 같은 이치로 깨지기 쉽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2007년 12월 국새 제작 발표회 당시 '개물식'을 했습니다. 8시 뉴스를 보면 아시겠지만... 개물식은 거푸집을 깨는 의식을 말합니다. 도자기처럼 깨져야죠. 그러면 잘 생긴(?) 국새가 모습을 드러내야 합니다. 드라마틱하죠. 알에서 깨어나온 병아리처럼 새로 탄생한 국새를 만천하에 알리는 신고식이니까요.
그런데 한 두번 치면 깨질 줄 알았던 이 거푸집이 백번 이백번을 두드려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있던 국새제작단이 모두 당황했다는 후문입니다.
왜 안깨졌을까요?
발표회 때 거푸집은 가마에서 굽지 않았다는 겁니다. 결국 조작이라는 겁니다. 경남 산청 대왕가마던 경기도 이천 가마던 현대식 가마던 오븐이던... 굽지 않은 흙이라는 겁니다.
국새제작단원 이창수 씨에 따르면 완성된 국새본을 경기도 이천에서 제작해 경남 산청으로 보내줬는데 개물식날 국새에 흙을 발라놨더라는 겁니다. 백토와 석고를 섞은 것으로 추정되며 당일날 잘 떨어지지 않아서 도장을 찍어야 되는데 흙을 긁어내느라 식은땀을 흘렸다는 후문입니다.
수많은 논거와 할 말이 많지만 국새에 대한 반박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과연 행정안전부는 무엇을 한 걸까요?
전통의 제작기법을 후대에 물려주겠다.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영구히 촬영하겠다고 했는데 도데체 무엇을 어떻게 촬영했길래 이런 조작이 가능했던 걸까요?
국새를 제작하는데 적어도 정부기관에서 철저한 검증작업을 거치지 않았다는 걸 반증하는 겁니다.
수박에 겉핧기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기록을 했을 겁니다. 그런가보다 하고... 순진하게 민홍규를 믿었던 게 아니면 이런 봉이 김선달류의 코미디가 통할 리 없습니다.
국가의 인감도장을 만드는 일입니다. 주변에서 가공된 명성만을 믿고 검증에 소홀했던 전통방식의 제작기술이라는 실체 없는 말장난에 놀아났던 당시 행정자치부 관계자들... 현대식 제조기법으로 만들어진 국새를 쉬쉬하며 대충 넘어가려고 했던 현재 행안부 관계자들...
민홍규가 1대 국새를 제작한 석불 정기호 선생의 제자가 과연 맞는지 석불의 아들 목불 선생에게 확인은 해 보셨는지, 가마에 구운 흙이 제대로 깨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다면 정부기관 관계자들은 직무유기입니다. 말장난에 속아버린 정부기관이 국민들에게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600년의 비기로 잘못 포장된 4대 국새의 실체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취재기자가 시끄럽게 글을 올려도... 민홍규 씨는 여전히 답이 없습니다. 무책임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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