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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동반자', 사람만 되라는 법 있나요?

이병희

입력 : 2010.08.11 10:28|수정 : 2010.08.11 19:54


지난 봄, 일본 오사카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오사카성 주변을 산책하다가 일본 전통견 시바이누와 나란히 벤치에 앉아있는 할머니를 발견했습니다. 개에 워낙 관심이 많다보니..^^ 처음에는 시바이누라는 개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는데, 나중에는 개와 단 둘이 벤치에 앉아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관계' 자체가 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대표적인 노령화사회인 일본에서는 어딜 가든 노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 상당수는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과 함께 동행하고 있었습니다. 애완동물과 대화하고, 훈계하고, 보살펴주고, 꾸지람을 하고, 나중에는 본인이 위로를 받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자식 키우느라 열심히 살았더니.... 자식들은 이미 큰 새가 되서 둥지를 떠나는 게 요즘 세대의 평균적인 인생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자식이 떠난 허전한 빈 자리를 이렇게 반려동물들이 파고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노인 뿐 아니라 요즘은 혼자사는 1인가구 비중도 증가세(2000년 15.6%-->2010년 20.3%)를 보이면서 '인생 동반자'로서의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다보니 지난해 경제위기 때 잠깐 주춤했던 애완동물 수입도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특이한 것은 전통적인 애완동물인 애완견의 수입은 줄었는데, 고양이의 수입은 증가했고, 특히 카멜레온과 이구아나, 도마뱀 등 이색, 희귀 애완동물 수입이 급증했습니다.

카멜레온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는 75마리가 수입됐는데, 올 상반기에는 15배 늘어난 1,135마리가 수입됐고, 도마뱀은 87%, 이구아나도 27% 증가했다고 합니다. '파충류 3총사'라는 명성에 걸맞는 수치인 것 같습니다.

청계천 애완동물 시장에서 만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도 뱀과 도마뱀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왜 하필 징그러운 뱀이냐? 물었더니, 학생은 처음에는 작은 이구아나로 시작했는데 점차 파충류에 매력에 빠졌다고 대답하더군요. 강아지나 고양이는 다들 많이 키우니까 너무 식상하다면서, 특별한 동물을 키우는 일에 자긍심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파충류 뿐 아니라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막여우, 사막 다람쥐, 족제비의 일종인 패릿, 사하라 사막에 사는 육지거북 등 애완동물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뭔가 교감하고, 소통한다는 애완동물의 기본적인 NEED 외에도 자신을 드러내는 개성의 수단으로도 애완동물이 부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