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정치

미 국방부 "동해를 동해라 부르긴 했는데…"

주영진

입력 : 2010.08.08 13:54|수정 : 2010.08.10 18:30

이 정도 성의라도...


지난달에 미국 정부가 한미연합군사훈련 계획을 발표할 때 이런 일이 있었죠. 한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을 일본해에서 한다고 말이죠.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표현이 일본해라고 하더라도 강력한 동맹이라고 하는 한국에 대한 예의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셨고요. 더우기 국제적으로 동해라는 표현이 정착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우리 외교부의 체면도 말이 아닌 셈이 돼버렸고요.

그 때 쓴 기사를 먼저 한 번 읽어보시죠. 지난달 16일 8시뉴스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는오늘 SBS 기자와 만나어제 한미연합군사훈련계획 발표 때 동해를 일본해로 표현한 것은 미 국방부의 발표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뿐이라고 밝혔습니다.

[크롤리/미 국무부 대변인 :  일본해와 서해에서 새로운 해상·공중훈련이 포함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실시될 것입니다.(combined military exercises,including new naval and air exercises in both the Sea of Japan and the Yellow Sea.)]

[모렐/미 국방부 대변인 : 서해나 일본해에서 곧 실시될 한국과의 연합군사 훈련같은 계획은 우리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we make decisions such as joint exercises with the Republic of Korea forthcoming in the -- in the Yellow Sea, or in the Sea of Japan.)]

동해를 일본해로 표현한 것을 둘러싼 한국 내 비판여론에 대한 반응으로 일본해가 미국 정부의 공식 표현이라는 의밉니다.

이 당국자는 앞으로 동해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외교부는 동해 표현을 놓고 한미간에 의견차이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한국의 생각을 주지시켜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한국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조차 한미연합훈련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게 한국 외교의 현주소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에스비에스 주영진입니다.

----------------------------------------------------------

당시 제가 만난 국무부 당국자는 기자의 질문에 대단히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쫓아가면서 질문을 하니까 종종걸음으로 저를 피해갔죠.

이런 일이 있고 난 뒤 5일뒤에 서울에서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는데, 이 때 동행한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은 계속해서 동해(East Sea)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5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는 다시 표현을 조금 바꿨습니다. 한 번 보시죠.

And we are also, obviously, planning other maritime and air exercises between our two militaries as part of the sequence we had talked about before.  They will be taking place in both the East and West Sea, and both the Sea of Japan and the Yellow Sea.

전에 얘기했던 것처럼 연속 훈련의 일환으로서 한국군과 미군은 해상과 공중 훈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훈련들은 동해와 서해, 일본해와 황해에서 실시될 것입니다.

They will once again involve the USS George Washington.  And the USS George Washington will exercise in the Yellow Sea, in the West Sea.  But I don't have for you yet dates when that exercise involving  that aircraft carrier will take place.  But that will be -- part of the sequence of exercises that we conduct will be a return of the --of the George Washington, including exercising in the Yellow Sea.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다시 훈련에 참여할 것입니다.

조지워싱턴호는 황해,서해에서 훈련할 것입니다. 날짜가 언제가 될 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황해 훈련을 포함해 연속되는 훈련에 조지워싱턴호가 다시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일본해라는 표현에만 많은 시선이 몰렸는데요, 황해라는 표현 역시 중국측이 사용하는 것이어서 서해라는 우리 표현과는 배치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날 모렐 대변인은 동해와 일본해, 서해와 황해를 함께 사용하더군요. 조심하는 기색이 엿보였습니다. 앞으로 한국군과 미군의 합동훈련이 계속될 텐데, 동맹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한국 국민들의 반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생각해보면 지난달 일본해 표현이 문제가 됐을 때 한국 국민들이, 한국 언론이 가만히 있었더라면 이 정도 되기도 어려웠겠다 싶습니다. 현실을 외면한 채 우리가 너무 쉽게 흥분하고 분노하는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타당성이 있습니다만, 침묵했더라면 미국 정부 대변인이 과연 일본해 표현을 바꿨을까 하는 의문도 가져보게 됩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을 왜 진작 안했느냐고 힐난할 성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일로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국제적으로 동해와 서해라는 표현보다는 일본해와 황해라는 표현이 일찍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입니다. 동해와 서해라는 표현으로 바꾸는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도 말입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냉정하게 되돌아 보게도 됐습니다. 아직도 한국이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