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락 경찰청장이 자신의 임기를 7개월 남짓 앞두고 5일 사퇴의사를 전격 표명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강 청장은 이날 대변인실을 통해 발표한 사퇴서에서 "대통령께서 집권 후반기 국정쇄신을 위한 새로운 진용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고, 경찰 후진을 위해 조직이 안정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해 용퇴를 결심했다"고 공식적인 사의 배경을 밝혔다.
그동안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용퇴한 여느 청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식 사퇴 이유다.
경찰청 차장을 지내다 2008년 해양경찰청장에 임명되면서 경찰 조직을 떠났던 강 청장은 용산참사로 수뇌부 공백기를 맞은 지난해 3월 경찰청장에 부임한 뒤 큰 실책없이 임무를 무난히 수행해왔다는 것이 경찰 안팎의 평가다.
강 청장 재임 기간 법과 원칙에 따른 집회·시위 대응으로 불법·폭력시위가 많이 줄어든데다 파출소 부활로 국민의 체감 치안 수준이 높아지기도 했고, 지난해 전직 대통령 2명의 국장과 쌍용자동차 사태 등 치안현안도 원만히 처리됐다.
이런 점에서 경찰 내부에서는 강 청장의 사퇴를 갑작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사퇴의 배경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가장 설득력이 있는 분석은 강 청장이 최근 잇따라 발생한 대형 사건과 자체사고의 책임을 졌다는 것이다.
아동 성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치안 불안이 가중된데다 대구에서는 여대생 납치 살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음주 물의와 미숙한 대응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서울 양천경찰서 강력팀 형사들의 피의자 가혹행위 의혹 사건과 강북경찰서장의 `항명파동' 등 자체사고가 줄을 이은 것도 경찰 총수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심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퇴가 정권 차원에서 내놓은 인사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시기가 개각과 맞물린데다 수뇌부 교체로 대표적인 사정기관 중 하나인 경찰조직을 장악함으로써 집권 후반기 국정 안정을 꾀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한편 강 청장이 해양경찰청장 1년에 경찰청장 1년5개월 등 경찰 최고 계급인 치안총감을 2년5개월이나 지냈지만, 이번에도 경찰청장의 임기제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의 중립성을 강화하려 경찰청장에게 2년의 임기를 부여한 임기제는 2003년 도입됐고, 그동안 강 청장까지 5명이 거쳐 갔지만 임기를 지킨 이는 이택순 청장 1명뿐이었다.
어찌 됐건 강 청장의 갑작스러운 퇴진으로 경찰 고위 간부 구성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일단 치안정감 4명 가운데 2∼3명이 교체될 것으로 보이며, 치안감 중에서도 치안정감 승진자와 계급 또는 나이 정년에 맞춘 은퇴자를 합해 7∼8명이 교체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