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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린 "오바마는 불알이 없어요"

주영진

입력 : 2010.08.04 11:46

거침없는 폴리테이너 페일린의 독설


미국의 정치인 사라 페일린을 기억하시죠? 지난 2008년 대선때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와 함께 부통령 후보로 나서 많은 미국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인물입니다. 이름없는 알래스카 주지사에서 일약 워싱턴 중앙정치권의 주요 인물로 떠올라 미국 정치권의 신데렐라로 일컬어지기도 했죠.

대선후 알래스카 주지사를 그만 둔 사라 페일린은 여전히 공화당의 잠재적 대선후보군에 포함돼 있습니다. 그것도 앞 자리에..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경력과 인기를 앞세워 보수적인 미국인들을 선동하고 설득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 언론에서는 유명 연예인같은 인사, 셀러브러티(celebrity)로 불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마도 폴리테이너라고 부를지 모르겠네요.

페일린의 인기에는 그녀의 거침없는 언행이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보수성향의 뉴스 전문 채널 폭스 뉴스(그래도 뉴스전문 채널 가운데 부동의 시청률 1위입니다.)에 출연한 페일린이 또 한 건 했습니다. 불법이민자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애리조나 주의 새로운 이민법이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발효금지 명령을 받은 뒤였습니다. 불법 체류자의 공공기관 취업을 금지하고, 이민자들에게 항상 체류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지참하고 다니도록 한 핵심조항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돼 애리조나주의 의욕이 한 풀 꺾인 상황이었습니다. 페일린의 발언내용입니다.

"잰 브루어 애리조나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갖지 못한 불알(cojones)을 갖고 있습니다. 애리조나 주민뿐 아니라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용기 말이죠. 우리의 국경을 안전하게 하고 이 나라를 키워 나가는데 도움이 될 합법적 이민을 허용하겠다는..."

그런데 그녀가 하필 cojones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을 놓고 말이 많습니다. 스페인말에서 파생된 단어인데, 원래 뜻은 고환(우리 말로 불알)이라는 뜻입니다. 남자만이 갖고 있는 것이기에 빗대서 용기라는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만,주로 남자를 대상으로 쓰는 단어입니다. 여성인 잰 브루어 애리조나 주지사를 칭송하면서, 동시에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이었는데요.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면서 굳이 이런 속어를 썼어야 했느냐는 반론이 나오고 있는 거죠. courage라는 적합한 단어가 있었는데도 말이죠.

페일린의 이런 거침없는 발언들은 사실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대선때도 "하킹맘과 핏불(불독)을 구별하는 게 뭔지 아십니까? 바로 립스틱입니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요즘 미국 정치인들의 새로운 소통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트위터에서도 난리가 났습니다. 페일린이 9.11테러 당시 무역센터 건물이 있었던 그라운드 제로 옆에 이슬람 교회를 짓는데 반대하면서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Peaceful Muslims' should 'refudiate' the New York mosque being built near Ground Zero."

해석하자면 "평화를 사랑하는 무슬림들은 그라운드 제로 옆에 이슬람 성전을 짓는 것을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인데요. 문제는 refudiate라는 단어가 없다는 거죠. repudiate라는 단어가 '반대하다, 거부하다'는 뜻을 갖고 있는데 잘못 쓴 것 아니냐는 다른 트위터들의 글이 빗발치자 잠시 후 페일린은 이 글을 삭제하고 다른 글을 올립니다.

"Peaceful New Yorkers to refute the Ground Zero mosque plan"

"평화를 사랑하는 뉴욕시민들은 그라운드 제로 이슬람 성전 계획에 이의를 제기해야 합니다"라는 뜻이겠죠.

하지만 트위터들은 "명백하게 repudiate로 써야 하는 단어를 잘못 해서 refudiate로 써놓고 자신의 무식이 탄로나니까 굳이 refute라는 단어를 써서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성 글들이 잇달았습니다. 그러자 페일린은 다시 자기 트위터에 "영어는 살아있는 언어예요. 셰익스피어 선생도 좋아하실 거예요. 보세요. refudiate, misunderestimate(부시 전 대통령이 사용한 단어인데 실수로 저평가했다는 말을 아예 만들어낸 거죠. 물런 영어에는 이런 단어가 없었습니다.), wee-wee'd up(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한 표현입니다. 이것 역시 없던 표현인데, 이라크 정책이 자꾸 꼬여가고 있는 데 대한 질문이 나오니까 기존에 있던 wee-wee(쉬하다)라는 단어에 up을 붙여서 당혹스럽게 하다, 애태우다같은 뜻으로 사용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같은 신조어들이 있쟎아요."하고 화룡점정의 글을 올립니다.

말을 잘못 쓰는 것은 자신 뿐 아니라 부시 전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는 항의의 뜻이기도 하겠지요.

어쨌든 페일린 전 주지사에 의해서 오바마 대통령은 난데없이 중요한 게 없는 남자가 돼버렸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오바마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애리조나 주 이민법은 미국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근엄하게 지적하고 있을 뿐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페일린 전 주지사의 거침없는 발언이 지지층으로부터 많은 호응을 불러 일으키는 반면에 반발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CBS 여론조사에 의하면 "11월 중간선거에서 페일린이 지지하는 후보를 찍지 않겠다는 사람이 32%로, 찍겠다는 사람 18%보다 많다. 상관없다는 무관심층이 40%가 넘는다"고 나왔습니다. 그래서 페일린을 지켜보는 미국 정치권의 시각은 "연예인같은 페일린의 인기가 높은데, 그 것이 과연 득표력으로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냐?"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가 휴회에 들어간 이번 8월은 중간선거를 앞둔 각 당의 마지막 후보 경선이 많이 열립니다. 페일린은 미국 곳곳을 누벼가며 정치적 행보를 할 예정입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인지도와 지지도,저변을 넓혀가야 하기 때문이죠.

난감한 사람은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본인은 적극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을 도우려고 하는데 끊임없이 추락하는 지지도 때문에 오히려 후보들이 "그냥 워싱턴에만 있어다오. 여기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하며 만류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개혁법안, 경기부양법안, 금융개혁법안등 이른바 개혁 해트트릭을 달성한 대통령인데 인기는 추락하고 그러다 보니 민주당 소속 의원과 후보들마저 오바마의 도움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역시 경제라고 합니다.경제상황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으니 잇단 개혁 성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거죠.

아, 그리고 페일린이 자신에 대한 책을 쓰겠다며 옆집으로 이사한 작가 때문에 집안에서도 마음 놓고 돌아다니지 못한다며 불만을 쏟아냈다는 기사는 읽으셨죠? 이래저래 끊임없이 화제를 몰고 다니는 정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