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근무는 평일에 비해 제법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이른 시간에 출근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덜하다보니 전날 지인들과 늦게까지 만나기가 일쑤입니다.
그런데 8월의 첫 휴일근무는 유감스럽게도 비상상황이었습니다.
경기도 연천에서 전날 지뢰가 터져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천안함 사태가 유엔 안보리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미국이 단독으로 북한에 대한 강도높은 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잖아요.
군사분계선과 인접한 곳에서의 사건사고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부리나케 70km의 거리를 순식간에 달려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목함지뢰라고 하는 나무상자안에 들어있는 지뢰로 사고가 났고 현재 군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나무로 만든 지뢰 처음 들어봅니다.
왜 나무로 만들었을까 궁금했지만 해당 군은 보안사항인지 잘 모르기 때문인지 사고 현장에서는 설명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럴 땐 현장에 군과 함께 사는 마을주민들도 비공식이긴 하지만 훌륭한 취재원입니다.
마을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나간 곳은 경기도 연천 비룡대교 밑 하천...
경치도 좋고 물도 맑아보였습니다.
여기저기 텐드가 쳐 있고 의욕적인 강태공들의 낚시질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대에서 벌어지는 군의 대대적인 수색작업과 사고의 긴장감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현지 주민들은 피서객들의 안전을 위해 민간 구급대원으로 봉사하고 계시는 고마운 분들이었습니다.
표현이 거칠뿐 군사전문기자라고 해도 손색없을만큼의 박식한 무기정보를 갖고 계셨습니다.
"지뢰는 뭐 우리는 여기 살았으니까 떠내려온거 본게 한두번 본게 아닌데 여긴 지뢰밭이야. 비가 와서 붕괴되고 홍수나서 떠내려가잖아. 그럼 지뢰가 떠내려가는거야 같이."
(지뢰가 얼마나 많이 떠내려와요?)
주민(이하 주)"큰 비가 왔을 때 한두발씩 발견되고 그랬던건데 요 근래에는 안발견됐어.
(목함지뢰는 자주 내려왔던게 아니잖아요. 왜 내려온거에요?)
주 : "저기 이북에 폭우왔잖아 폭우. 요즘에는 떠내려오는게 별로 없었는데 큰 비가 왔다 그러면은 북한에서 사람이 죽어서 떠내려온다니까. 북한군이."
(급류가 쎄니까 비가 오면 지뢰같은것도 금방 내려오겠네요)
주 :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뭐든 내려보낼 수 있지. 목함지뢰는 나무를 이용한거는 물에 띄우기 위해서 이용한거 아냐. 쇠는 가라앉으니까."
(그럼 이게 비가 많이 와서 떠내려 온건 아니다?)
주 : "그렇지. 고의성이 있지. 자기네가 보관하는데 있어서 문제가 있어서 떠내려갔을 수도 있고"
(지뢰가 떠 내려오는 경우가 얼마나 되요?)
주 : "우리 자랄때는 중학교 초등학교 때는 그런걸 자주 봤다고. 전동리라는 동네가면 논두렁 파다가도 숱하게 나오고 그래. 어렸을 때는 그걸 몰라서 필통지뢰라 그랬어. 필통처럼 생겨갖고." 트랙터 같은거 타고 가면 빵빵 터지고...그래서 이 동네에 장애인이 많아."
비가 많이 오면 지뢰를 보관하던 창고가 무너져 내리면서 흘러내려 왔을 수도 있지만 목함지뢰는 물에 뜨니까 의도적으로 흘려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 비공식적이지만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함지뢰가 만들어진 이유는 좀 다르답니다.
군 관계자는 철로 만드는 것보다 제작비가 훨씬 덜 들기 때문에 나무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을 반영한 게 목함지뢰라는 것인데...언뜻 보기에는 최근에 만든 것 같지 않아 군의 설명은 크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이유야 어찌됐건 나무로 만든 북한의 신무기(?)가 떠내려 오면서 임진강 본류 일대가 사실상 지뢰 위험지역이 되 버린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피서객들은 여유가 넘칩니다.
(지뢰가 떠내려왔다는데 좀 위험하지 않으세요?)
피서객(이하 피)
피 : "모르겠어요. 뉴스에 나온거는 봤는데. 그렇잖아도 아까 군인들이 다니더라구요."
(지뢰가 떠 내려 왔다는데)
피 : "와서 들었어요. 와서 들어가지고 어차피 놀러온건 놀러온거니까..."
연천군에서는 이날 하루 대피방송을 15번 넘게 했습니다.
군부대에서는 경찰과 지역주민들의 협조까지 받아가며 일일히 대피를 요청했습니다.
이 일대 2백여명의 피서객들을 안전지대로 대피시키는 데 5시간이 걸렸다는 게 군당국의 설명입니다.
더구나 이 곳은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깊어서 지뢰도 지뢰지만 익사사고 위험성이 커서 수영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라고 합니다.
피서도 좋고 낚시도 좋지만 안전불감증으로 가족의 나들이가 비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렵게 나오셨겠지만 당분간은 가족의 안전을 위해 북한 유입 하천일대로의 피서는 삼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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