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정치

청와대-정부, 4대강 사업 말 따로 행동 따로

남승모

입력 : 2010.08.03 13:53


휴가철이다. 매일 30도를 넘는 찜통 더위와 텅빈 시내 도로도 휴가철이 도래했음을 알리고 있다. 국회도 예외는 아니다. 취재차 의원회관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좀처럼 의원들의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전화를 돌려보면 외국에 나갔거나 나갈 계획인 의원들도 상당수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제부터 휴가를 떠났다. 미 하버드 대학의 인기강의를 엮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수 '정의란 무엇인가'를 가져갔다. 차별과세와 애국심 등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상반된 견해를 종합해 사회공동체가 추구할 정의의 방향을 제시한 책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이 최근 고민하고 있는 정의 가운데 계층간 이동 통로 확대가 포함돼 있다는 게 청와대 핵심참모의 설명이다.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며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촉구하는 이 대통령의 행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거시 경제 지표 위주의 성장 정책에 매몰되지 않고 서민과 중산층의 계층이동을 위한 부의 재분배와 교육기회확충, 그리고 안전망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마디로 부자정권, 대기업 정권이란 비판을 받아온 그간의 정책기조를 바꾸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청와대측은 밀어붙이기식으로 비판받아온 국정운영방식도 바꿔서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 진행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설득과 소통에 비용이 들어도 불가피하다면 감수하겠다는 설명이다.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이 4대강 사업 반대 농성 현장인 경기도 여주의 이포보에 찾아간 것도 청와대의 이런 의중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변화를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서민을 앞세워 7.28 재보선 승리한 뒤 더욱 자세를 낮추는 등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진정 그러한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6.2 지방선거 이후 지방권력이 야당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중앙과 지방간 마찰이 잦아졌다. 가장 대표적인  바로 4대강 사업이다. 특히 김두관 경남지사가 4대강 사업의 하나인 낙동강사업 중 김해지역 4개 미착공 구간에 대해 착공을 보류하도록 지시하면서 중앙과 지방간 대결이 표면화됐다. 야당출신 시도지사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대와 환경문제 등을 들어 중앙정부의 추진 방식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소통을 강화하겠다던 청와대측의 설명과 달리 이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정부의 반응은 "할 것이냐" "말 것이냐"였다.

지난 1일 국토해양부는 해당지역 국토관리청장 명의로 김두관 경남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공문을 발송했다. 4대강 사업을 계속할지 대행사업권을 반납할지 답하라는 최후 통첩이었다. 국토부는 이들 지자체장이 대행 사업권을 반납하겠다는 공식답변을 보내오면 사업권을 회수해 해당 지방국토관리청이 직접 공사를 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의 조치가 옳은지 그른지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각자의 판단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청와대에서 말하는 국정기조 변화와 국토부의 조치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어느 쪽이 현 정부가 추구하는 국정운영의 방향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이 지금까지 보여준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평가는 6.2 지방선거 결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지난달 14일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이 부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이런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소통 강화에 좀 더 역점을 두겠다는 청와대측과 주어진 일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정부 사이에 뭔가 조율이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