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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구급대와 착한 사마리아인

송인근

입력 : 2010.08.01 13:15|수정 : 2010.08.02 09:27

허탕칠 때가 너무 많아요


날이 무척 덥습니다.

이번 주말이 여름휴가 절정이라고 하네요.

이번주 내내 저는 관악소방서에 있었습니다. 더운 여름을 맞아 소방방재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폭염 구급대'를 일주일 내내 따라다녔는데요. 실제 더위 때문에 쓰러지는 환자(또는 요구조자)를 기다리며(?)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분명히 밖이 덥긴 더운데… '폭염 때문에 쓰러진다?'

구급 경력만 8년차, 15년차라는 대원들도 갸우뚱 하더군요.

"에이~ 그런 경우는 없죠! 더우면 사람들이 들어가 쉬지 쓰러질 때까지 뭐 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대원들 말이 맞긴 했습니다. 정말 일주일 기다리면서 딱 한 번 봤으니까요.

공사현장 노동자 분이었는데, 햇볕 쨍쨍 내리쬐는 한낮에도 충분히 안 쉬고 일하시다가 순간 어지럽고 하늘이 핑 돌면서 쓰러지셨어요. 게다가 넘어지면서 벽에 머리도 살짝 부딪히신 것 같던데, 다행히 신고를 받은 구급대가 순식간에 도착해, 재빨리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이송하는 구급차 안에서 완전히 정신을 차리셨어요.

실제 지난해 전국적으로 폭염구급대의 구급활동 건수가 126건이라니까 그렇게 많은 건 아니라고 할 수 있죠. 폭염이 한창인 7,8월 두 달이라고 쳐도 하루에 전국에서 2건 정도니까요.

하지만 통계라는 게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말 더워서 쓰러진 사람 구하러 간 출동만 폭염구급활동으로 정의하면 저렇게 나오겠지만, 여름날 (더워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를 고려하면 여름도 119구급대에겐 무척 바쁜 계절입니다. (물놀이사고는 물론이고, 식중독이나 콜레라 증상 호소하며 신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렇게 바쁜 구급대원들이, 힘들어도 출동해서 환자 이송하고 돌아올 땐 뿌듯한 구급대원들이, 힘이 빠질 때가 있습니다.

화재만 오인신고가 있는 게 아니라 구급대를 요하는 환자도 일종의 오인신고가 올 수 있다는 걸 일주일 동안 깨달았는데요. 여름철 밖에서 주무시고 계신 노숙자 분들입니다.

노숙자들은 겨울에는 정말 찬바람 맞으며 밖에 계시면 동사할 위험도 있지만, 여름철에는 상대적으로 그런 위험은 없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많이 자고 있습니다.

한낮에도 술에 취해 있는 경우도 종종 있죠. 그런데 나무그늘 아래서 잘 주무시고 있는 노숙자를 보고, 지나가던 누군가 '사람이 쓰러져 있다!'고 신고를 하는 경우가 무척 많았습니다. 지난 일주일 관악소방서에도 같은 분에 대해 신고가 5~6번씩 왔으니까요.

구급대의 활동에도 원칙이 있습니다.

환자가 원하지 않으면 병원으로 이송할 수 없고(물론 구급대원이 이 환자는 당장 병원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판단이 설 때는 예외), 병원에 가도 딱히 치료할 게 없으면(즉, 환자가 아니면) 이송하지 않습니다.

노숙자 분들은 사실 병원치료가 필요한 게 아니라, 기본적인 의식주나 일자리가 필요한 것이죠. 119가 만능해결사는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달래서 앉혀드리거나 집이 있다고 하실 경우 집까지 모셔다 드립니다.

그런데 이런 구급대원들을 보고 간혹 욕하는 시민들이 있다고 하네요.

"119가 사람 버리고 간다"고….

글쎄요. 119는 (응급)환자 구하는 사람들이지 그 문제까지는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관악소방서 분들 말로는 특히 관내에 대학생들이 많은데 아직 학생들이 착해서 그런지, 쓰러진 사람 보면 꼭 신고를 한다고 하더군요. 약주 하시고 잠드신 게 어찌 보면 뻔히 보이는 데도 굳이 119에 신고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기 보다는, 직접 일으켜 깨워드리는 더 적극적이고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