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정치

미, 대북·대이란 제재 방식 차별화 이유는

입력 : 2010.08.01 11:12

고립경제 북, 대외 경제연결고리 많은 이란과 차이…제재 실효성 고려. 핵해법 전략도 차이, 행정부 정책 탄력성도 고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대이란 제재를 추진하면서 그 방식과 강도에서 차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는 지난달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대이란 제재방안을 설명하면서 "이란과 북한은 두 개의 다른 나라"라며 "우리는 동일한 접근법을 취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아인혼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도 전날 하원 감독.정부개혁위 청문회에서 "이란과 북한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핵무기 확산 금지를 위해 초점을 두는 나라는 북한과 이란 2곳이며, 오바마 대통령의 올해초 국정연설에서도 "핵무기를 갖기 위해 계속 국제적 합의를 위반하는 국가들"로 두 나라가 나란히 언급되는 등 미 행정부나 의회에서 핵확산 문제가 다뤄질 때 북한 이란은 항상 같이 거론된다.

올해초까지 이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를 통한 외교노력을 기울이다 이란은 국제사회의 핵해법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북한은 천안함 공격사건을 일으키자 미국의 대응이 제재 흐름쪽으로 바뀐 것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비핵화 수단으로 제재를 활용하는 방법에서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대북.대이란 제재 차이 = 미 의회는 지난 6월말 새로운 고강도 이란제재 법안을 통과시켰고, 오바마 대통령은 7월초 법안에 서명했다.

기존 이란 제재법을 강화한 이 법의 핵심은 이란 혁명수비대와 일부 은행 등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관과 거래하는 다른 나라 은행을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배제하는 방안이 골자이다.

이란의 문제 단체.기관과 거래할 경우 어떤 나라의 기업이라도 미국땅에서 장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란 경제를 옭죄는 사상 최고 강도의 제재법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지난 21일 한미 외교.국방장관회담에서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발표를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제재조치는 이란 제재 수위에는 이르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방식처럼 법으로 제도화하지 않고,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가할 방침이지만 문제의 북한 단체.기관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은행에 제재를 가하는 방향은 아니다.

이번 제재는 북한 권력층 유지의 기반이 되는 사치품 수입이나 마약.위조지폐.가짜 담배 등 불법활동 연루 기관.단체.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나라의 제재는 유엔 안보리 1874호 철저한 이행을 자발적으로 추진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

◇경제여건 등 특수성 고려한 '맞춤형 제재' =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란 제재 형식과 내용의 차이에 대해 제재의 강약 차이라기보다는 각국의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제재라는 설명이다.

미국은 우선 국제사회속에서의 두 나라의 경제적 여건이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른 나라와 경제적으로 얽혀있는 연결고리망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효과를 감안할 때 제재 수단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크롤리 차관보는 "이란은 에너지 분야의 자원을 갖고 있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3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란은 에너지 자원을 비롯, 다른 나라와 교역이 적지 않아 미국의 새 이란 제재법 발효후 제3국 기업들이 잇따라 이란 거래를 중단하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지만, 북한은 이란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북한은 자족.폐쇄경제이기 때문에 제3국과의 경제 단절을 강제하는 이란식 제재의 효과가 덜한데다, 북한은 오히려 체제 존속, 내부 통합을 위해 '고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점까지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인혼 조정관이 두 나라가 똑같이 핵 야망을 갖고 있지만, 이란의 경우 통상,무역을 필요로 하며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려고 하는 반면 "북한 지도자들은 고립이 체제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또 북한은 이미 1,2차 핵실험을 해버린 상황이지만, 이란은 아직 핵실험을 하거나 핵무기 역량을 갖추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핵 해결 시간표도 제재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이란의 경우 핵 실험을 강행하기 전에 제3국까지 포위망에 동참시키는 고강도의 압박으로 하루 빨리 두 손을 들게 한다는 것. 인화성이 높은 중동 지역의 이란에 핵 무기 보유까지 이르는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 정책 명칭에서 나타나듯 "시간은 북한편이 아니라 미국편인만큼 북한이 변화할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린다"는게 미국의 입장이다.

이런 점에서 이란식 제재 어프로치를 취하지 않고, 일반적인 북한 주민, 북한 경제가 아니라 북한 지도층을 타깃으로 삼아 사치품.위조지폐 등 통치수단 활용에 타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접근법을 선택한다는 얘기다.

◇대북 제재 실효성은 아인혼 순방서 윤곽 = 이란식 제재법을 택하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 장벽을 느슨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게 워싱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에는 제재 실효성이 덜한 이란식 제재 방식을 전략적으로 택하지 않을 뿐, 북한형 '맞춤' 제재를 도입하면서 중국을 비롯, 동남아 각국에 유엔 대북 제재결의 1874호의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한다는게 미국의 입장이라는 것.

다만, 대북 제재를 법제화하지 않고 행정부의 의지로 추진하는 것은 향후 북한 태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행정부가 융통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가 여전히 대화와 압박, '투 트랙'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국의 새로운 대북제재의 실효성과 강도는 제재 방안 발표를 전후해 이어질 아인혼 조정관의 각국 순방 과정, 해당국의 반응, 북한의 태도 등 여러 변수들의 조합을 통해 구체적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