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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초등생 성폭행범···결국 덜미

장선이

입력 : 2010.07.28 13:39


◆ 대낮... 집앞에서...

지난달 26일 낮 12시 반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주택가.

집 앞 골목길에서 놀던 초등학교 1학년 A양에게 한 남성이 접근합니다.

이 남성은 "아저씨랑 집에가서 놀자"며 A양 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치고 A양을 성폭행 했습니다. 동네 주민이 A양을 발견해 부모에게 연락을 했고,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고작 7살짜리 어린이에게 벌어진 무시무시한 일이지만, 대낮, 집앞 골목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 보고누락과 사건 축소 의혹...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다행이도 A양은 피의자의 인상착의를 비교적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지요. 이틀만에 공개수사로 전환돼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초기 조치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처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파출소 직원은 방바닥에 피가 묻어있고, 속옷에 피가 묻어 있었다는 피해자 어머니의 진술에 따라 성폭행 사건으로 보고했지만, 동대문 경찰서는 피해자나 의사 소견을 듣지 않고, 서울청에 성폭행 미수 사건으로 보고한 겁니다. 

보고를 받은 서울경찰청 상황실도 경찰청 본청에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누락한 것으로 드러나 사건을 축소하려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취재를 하면서, 피의자를 잡기 위해 경찰이 얼마나 밤낮없이 애썼는지 지켜봤습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집에도 못들어가며 탐문수사를 해온 것도 잘 압니다.

사건팀기자 3년차가 되니 매번 경찰 수사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한편으로 '고생한 것 다 아는데...'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 초기에 축소의혹과 보고누락은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 결국 덜미...피할 수 없는 CCTV 

피의자 26살 양모씨는 사건 발생 20일 만에 제주도에서 덜미가 잡혔습니다.

양씨는 A양의 집과 불과 5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 오자  흉기로 자해를 한 뒤 부모님의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가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지요.

양씨가 잡히게 된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CCTV 였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A양이 설명한 인상착의를 근거로 탐문수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지요. 그러다 사건발생 12일만에 사건 현장 주변에서 피의자의 모습이 담긴 CCTV가 발견되면서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피의자가 사건당일 탔던 오토바이를 버린 곳을 찍은 CCTV가 결정적이었는데요, 이것을 통해 피의자가 사는 집을 알아 냈고, 피의자 집앞 건물에 선명하게 찍힌 CCTV 화면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지요.

구강세포를 채취해 DNA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사이 피의자가 행방을 감췄을 때 역시 제주공항의 CCTV 덕분에 피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CCTV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지만, 자칫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번 사건에 CCTV가 큰 역할을 해 준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성폭행 사건이 늘어났냐고요? 

아뇨. 성폭행을 포함한 성폭력 사건은 과거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합니다. 늘고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성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 전에도 많았습니다. 다만 우리의 관심 밖에 있었던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최근의 변화들을 살펴볼까요?

우선 신고, 상담 건수가 늘었습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한국성폭력센터 상담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이렇게 성폭력 사건들이 이슈가되면서 상담을 요청하는 건수가 눈에 띄게 늘었답니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간 신고된 성폭력 건수는 18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64건에 비해 약 2백건 가까이 늘었습니다.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성범죄 신고율은 7.1%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니까 100명 가운데 93명은 신고 없이 넘어갔다는 말이지요. 지금도 신고율은 10%가 채 안된다고 하네요. 

검거율도 높아졌습니다. 최근들어 성폭력 사건이 이슈가 된 것이 촉매제가 되기도 했고, 또 많이 검거되다 보니 사회 이슈가 되기도 하지요.

경찰이 성폭력 단속 특별기간을 정해 미제사건에 대해 집중 수사를 하면서 관련 수사인력을 보강하면서 확실히 검거율이 높아졌습니다.

앞으로도 성폭행범의 경우 1대1 전담 관리제를 확대하고, 초.중.고교 학생들의 하굣길에 경찰관 기동대를 집중 투입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폭력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성폭력, 특히 아동 성폭력... 아직 갈길이 멉니다만, 이런 다양한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