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인기 스타' 클린턴, 대북 강경 발언 왜?

김지성

입력 : 2010.07.27 22:57


아세안 지역안보포럼, 즉 ARF 외교장관회의 취재차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 다녀왔습니다.

ARF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회원국 10개국과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 27개국이 참여하는, 말 그대로 포럼입니다.

지역안보와 관련해 자유롭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입니다.

◆ARF의 흥행 보증수표, 북한과 클린턴

ARF의 '흥행 보증 수표'라고 하면 일단 북한을 들 수 있습니다.

북한이 참석하는 국제회의 자체가 워낙 적은 데다, 남북한 외교장관이 함께 모인다는 의미에서 국제적인 관심사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한국 언론은 물론, 일본 언론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이 참석한다는 이유만으로도 한국 언론과 일본 언론이 대거 취재진을 파견합니다.

아세안이 ARF 흥행을 위해 해마다 북한에게 지대한 공을 들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북한에 버금가는 '흥행 보증 수표'는 미국, 아니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개인일 것입니다.

클린턴 장관은 회의 기간 내내 수십명, 많게는 100여명에 달하는 수행원을 구름같이 몰고 다녔습니다.

다른 나라 장관들의 수행원이 10여명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죠.

클린턴 장관은, 타이틀은 장관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통령과 같은 정상급 예우를 받습니다. 전용기에, 정상급 경호에...

물론, 미국이라는 국가의 파워가 뒷받침된 부분도 있겠지만, 그것을 빼고서라도 클린턴 개인의 인기는 인기연예인이 안 부럽습니다.


딱딱한 회의장에서도, 클린턴이 나타나면 마치 연예인이 나타난 것처럼 웅성거리고, 일부 시민들은 사인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클린턴도 손을 흔들거나 미소를 짓는 등 '팬서비스'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베트남 장관과 클린턴 장관의 양자회담 사진은 베트남 현지 언론의 1면을 장식했습니다.

특별한 현안이 없었는데도 말이죠.

어떻게 보면,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 총을 겨눴던 두 당사국 장관들의 만남인데도, 베트남 국민들이 큰 관심을 보인 데에는 클린턴 개인의 인기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클린턴, 연일 대북 강경발언

클린턴 장관은 ARF 회의 내내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고립되고 호전적인 북한의 행태가 급기야 천안함 공격까지 불러왔다",

"북한이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고 공격하고 있는데 이런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등등 

      

클린턴 장관의 대북 강경발언은 비단 이번 만이 아닙니다.

ARF에 앞서 우리나라에서 열린 '2+2' 회의, 즉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도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방침을 밝히는 등 북한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물론,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굳건한 한미 동맹이 이러한 강경 발언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하지만, 한 정부 당국자는 현재 미국, 그 중에서도 민주당 내 권력구도를 볼 필요도 있다고 귀띔합니다.

미국 민주당 내에서 오바마 대통령 이후 대선주자, 즉 포스트 오바마가 클린턴 말고는 없다는 것입니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 현재 분위기에서는 오바마의 재선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즉, 클린턴이 당장 2년 뒤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북 강경발언을 통해 지지세를 넓히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입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이번 ARF 회의 기간 동안 클린턴 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여러 차례 대면했지만 두 사람은 사적인 말은 커녕,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