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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킬링필드' 단죄…과거사 청산될까

입력 : 2010.07.26 19:08|수정 : 2010.07.26 19:42


'킬링필드'로 알려진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1975∼1979년)의 학살 행위에 대한 단죄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졌다.

유엔의 지원을 받는 캄보디아 전범재판소는 26일 크메르루주 정권하에서 학살과 고문을 주도한 전범 카잉 구엑 에아브(67)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일명 '더치'로 불리는 에아브는 크메르루주 집권기에 1만2천여명이 처형당한 '투올 슬랭(S-21)' 교도소 소장을 지내며 학살을 주도한 혐의로 이같은 처벌을 받았다.

이날 판결은 에아브에 대한 국제재판이 2009년 2월 시작된 지 1년 5개월여 만에 이뤄진 것으로 캄보디아가 본격적인 과거사 청산에 나서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폴포트가 이끄는 크메르루주 정권은 1975년 론놀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해 1979년 물러날 때까지 '노동자·농민의 유토피아' 건설을 내세워 캄보디아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00만명을 처형하거나 굶어 죽게 했다.

크메르루주 정권은 농촌 기반의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위해 도시 주민이나 지식인들을 마구잡이로 처형했으며 이는 20세기 최악의 공포정치로 기록됐다.

이같은 공포정치는 크메르루주 정권이 베트남군의 지원을 받은 훈센 현 캄보디아 총리가 이끄는 세력에 의해 1979년 물러나면서 막을 내렸다. 폴포트는 반정부투쟁을 벌이다 1998년 숨졌다.

크메르루주 정권에 대한 단죄 움직임은 2003년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가 크메르루주 정권의 죄과를 묻기 위한 국제재판을 열기로 합의하면서 비로소 시작됐다.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가 정한 재판관 15명으로 전범재판소가 구성되는 데만 3년이 걸렸으며 이로부터 재판이 시작되기까지도 2년 반이나 걸리는 등 재판의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전범들 가운데 가장 먼저 법정에 선 에아브에게 이날 징역형이 선고됨으로써 이제야 과거사 청산의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그러나 전범재판소가 과연 과거사를 제대로 청산하고 정의를 바로잡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당장 에아브에 대한 형량이 너무 낮아 판결이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소는 에아브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지만 에아브가 정식 기소되기 전 군 당국에 의해 불법구금된 기간인 11년을 형기로 인정하고 5년을 추가로 감형해 에아브의 실제 복역 기간은 19년에 불과하다.

자신의 아버지가 투올 슬랭 교도소에서 숨졌다는 한 캄보디아인은 로이터통신에 "1만4천명이나 죽이고 겨우 19년을 복역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이것은 농담거리"라고 판결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크메르루주 정권의 '원죄'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캄보디아 현 정부가 과연 과거사 청산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크메르루주 정권을 몰아낸 훈센 총리만 해도 젊은 시절 크메르루주 조직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으며 케아트 츠혼 재무장관도 폴포트의 통역관으로 일한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훈센 총리는 심지어 크메르루주 정권에 대한 전범재판소의 조사로 내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정황들이 나머지 전범들인 폴포트 정권의 2인자 누온 체아와 당시 주석을 지낸 키에우 삼판, 외무장관이었던 렝 사리 부부 등을 캄보디아 정부와 전범재판소가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