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는데요. 지난주 금요일(7/23)에는 경찰발 기사 하나가 눈에 띄더군요.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에이즈 환자 등이 포함된 집단 마약사건이 터진 겁니다. 용산서 형사과 형사들이 서울 이태원 게이바(gay bar) 등에서 젊은이들이 집단으로 마약을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는데요. 긴 수사 끝에 무려 27명을 검거했습니다. 이 가운데 17명이 동성애자였고, 또 동성애자 17명 가운데 6명이 에이즈 환자였습니다.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에이즈 관련 사건이 터지는 것 같죠? 지난해에는 충북 제천의 에이즈 택시기사 사건이 있었죠. 용산서 상황도 좀 더 취재할 겸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유병희 에이즈.결핵 관리과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런 건 시청자 분들에게도 좀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에이즈와 관련해 상식선에서 알고 계셔야 할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자...용산서 사건을 다시 살펴볼까요? 에이즈 환자들이 어떻게 버젓이 게이바 같은 데를 드나들 수 있었을까요? 에이즈 환자는 격리되는 것 아닙니까? 정답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에이즈 환자 김 모 씨가 있다고 칩시다. 자신이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모르는 김 씨. 김 씨는 언젠가부터 에이즈 관련 증상(고열, 근육통, 감기증상) 등이 나타나 불안합니다. 붉은 반점이 없어도 에이즈에 걸렸을 수 있다 것 정도는 김 씨도 알고 있습니다. 최근 성관계도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바빠서 병원에 갈 여유가 없이 몇 주를 보냅니다.
불안에 못 이긴 김 씨가 결국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아 에이즈 검사를 받습니다. 이 검사는 익명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에이즈 검사가 끝난 며칠 뒤 해당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정밀 진단을 받으시라고 연락이 옵니다. 강제가 아니라 '권유'입니다. 에이즈 양성 반응이 나온 겁니다. 병원이나 보건소가 김 씨에게 강제로 에이즈 검사를 시킬 수는 없습니다.
김 씨는 권유를 무시하고 직장 생활을 계속 합니다. 에이즈 증상이 계속 있지만, 좀 나아지기도 하고 해서요. 그래도 몇 달 있다보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정밀 진단을 받습니다. 결국 정말 HIV(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라는 판정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도 국가는 임의로 김 씨를 격리할 수 없습니다. 다만 김 씨의 정보는 김 씨 거주지의 보건소로 전달됩니다.
자... 이 때부터 국가가 김씨에 대한 개인정보를 갖고 나름 관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전까지는 관리가 불가능했던 것이죠. 보건소로 넘어온 상황도 간단치는 않습니다. 각 보건소에는 에이즈 담당직원이 있습니다. 에이즈 담당직원 최 모 씨가 김 씨에게 연락을 합니다.
"HIV 보균자가 되시면 보건소에 등록을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등록을 하시면 국가에서 진료 의약품 전체를 지원해줍니다. 이 약품들만 잘 드시면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하며 사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김 씨는 보건소를 찾지 않습니다. 자신이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이죠.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부지런한 보건소 직원 최 씨는 김 씨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건소 등록을 설득합니다.
"요즘은 에이즈가 죽는 병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등록된 에이즈 환자만 5,671명입니다. 지난 1985년 국내 첫 등록됐던 에이즈 환자 박모씨도 25년간 꾸준한 치료로 현재 53살인데 잘 살고 계십니다."
김 씨는 결국 보건소를 찾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에이즈 치료제를 받고, 또 보건소에서 상담도 받으면서 불안감이 좀 줄어듭니다. 이렇게 해서 김 씨는 다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계속해나갑니다.
용산서에 검거된 에이즈 환자 6명은 김 씨와는 다른 길을 걸었습습니다. 5명은 보건소 등록을 하지 않았고, 1명은 등록을 했지만 제대로 치료약을 받아오지 않은 겁니다.
그래도 김 씨 같은 에이즈 환자는 격리해야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시죠. 그런데...아닙니다. 물론 과거에는 에이즈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어서... 즉 몰라서 환자들을 무조건 격리했습니다. 하지만 에이즈에 대한 많은 것들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변했습니다.
우선 에이즈는 신종플루처럼 전염력이 강하지 않습니다. HIV(에이즈 바이러스)는 체외에선 잘 생존하질 못합니다. 반드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서만... 피부 안쪽으로 HIV가 전달되어야 전염이 이뤄집니다. 악수를 하거나 껴안거나, 키스를 하거나, 음식을 같이 먹거나, 수건을 같이 쓰더라도 감염되지 않습니다. 에이즈 환자를 문 모기가 다른 사람을 물어도 감염이 되지 않습니다.
HIV가 몸 안에 들어오더라도 모두 에이즈에 걸리는 것이 아닙니다. 소량의 HIV는 건강한 사람 몸에서는 그냥 사라져 버립니다. 에이즈에 걸릴 경우는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HIV가 아주 많이 들어왔을 경우입니다. 물론 국내 에이즈 환자 99.1%는 성관계로 에이즈에 걸렸습니다.
이밖에 동성애자가 무조건 에이즈에 걸리는 것도 아닙니다. 용산서 사건에서 적발된 17명 가운데에는 여성 레즈비언도 2명이 있었지만 에이즈 환자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남성 동성애자들은 위험합니다. 남성끼리 과도한 성관계를 하는 과정에서 상처가 나고 바로 이 상처를 통해 혈액이나 체액이 옮겨지면서 감염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성애자인 저에게 여전히 동성애와 에이즈는 낯설고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요즘 가끔 찾아보는 것이 바로 저희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인데요.
드라마에 남성 동성애 커플이 나오죠? 한창 결혼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더군요. 그런데...실제 동성애 커플의 경우 일반 커플들에 비해 지속적인 사랑을 나누는 경우가 적다고 합니다. 드라마에서처럼 집안 사람들과 주변의 시선 등 외부적 요인으로 커플 관계가 깨지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동성애 커플들 사이에 원나잇스탠딩(하룻밤 정사)가 흔하다고 하네요.
인권적인 측면에서 동성애자들에게 좀더 따뜻한 시선을 갖자는 드라마의 취지에는 동감합니다. 하지만 출입기자로서 질병관리본부의 걱정도 이해가 되는군요. 여전히 에이즈나 동성애 모두 어려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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