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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에 대해 말 바꾼 이야기

이현식

입력 : 2010.07.26 11:52|수정 : 2010.07.26 13:18


지난주 뉴욕증시는 매우 엇갈리는 두 가지 신호를 주었습니다. 첫번째는, 서울 목요일 아침 뉴스에 보도된 현지 수요일 증시 상황입니다. 이날, 미국의 중앙은행장이랄 수 있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경제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반기 경제전망이 “unusually uncertain”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경제정책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선장이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비정상적이고 이례적으로."라고 말한 것입니다. 멀쩡하던 뉴욕 주가는 이날 1.5%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목요일 아침 뉴스에 "뉴욕증시/ 버냉키 발언에 급락"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전하면서, 저는 이런 클로징 멘트로 정리했습니다.

"하반기 미국경제는 민간 부분이 부진한데 정부가 나서서 돈을 풀 수도 없는 그런 진퇴양난에 빠져있습니다. 버냉키가 이를 새삼스런 확인시켜 줬다는 게 오늘(22일) 증시하락의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다음날, 뉴욕의 목요일.

증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울 금요일 아침에 전한 리포트의 제목은 "대기업 실적에 큰 폭 상승"입니다. 다우지수는 2% 이상 되튀어 올랐습니다. 영어로 snap back 했습니다.

지수가 올랐으면 일단 좋은 일이지만, 솔직히 그날 제 심정은 요새 인터넷 속어로 "이건뭥미?"였습니다. 전날 심각하게 주가가 떨어지는 얘기에 어두운 전망까지 실어 전했는데, 다음날 안면몰수하고 "기업실적 호재로 주가가 올랐다"고 해야 한다니, 참 난처하지요. 사실관계야 있는 그대로 쓰면 된다지만, 마무리하는 한마디, 클로징 멘트를 뭐라고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국 기사를 이렇게 끝냈습니다.

"경제전문방송 CNBC는, 주가가 빠지는 날은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는데 오늘처럼 주가가 뛰는 날은 오히려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을 볼때 주가 상승에 대한 투자가들의 신뢰감이 부족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지금 미국 경제의 상황은 어떨까요? 버냉키 발언 기사와, 실적호재에 의한 지수 반등 기사 중 어느 것이 '맞는' 걸까요?

하루이틀 지난 시점에서 말씀드리자면, '둘 다 맞다'가 답이 아닐까 합니다.

버냉키 정도 되는 사람이 경제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절대 아무 단어나 대충 쓰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가 경기전망 불투명 정도가 '유주얼하지 않다'고 했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반기 약간의 성장을 가져온 기업들의 재고 조정 (창고에 물건을 다시 채워 둠)이 어느정도 완료됐습니다. 4월까지는 새 집 사면 세금 깎아주는 주택시장 부양책이 있었는데, 그게 만료되자 주택시장은 푹 가라앉았습니다. 상반기 고용지표를 받쳐주던 공공근로 일자리 (대표적으로, '센서스'라 불리는 인구총조사 투입요원)도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해외에서는 중국이 경제 과열을 식히기 위해 김을 빼고 있습니다. 유럽은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무난히 넘어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안합니다.

고용이 늘지 않고 주택거래도 안되는, 다시 말해 민간의 수요가 바닥인 상황에서, 정부는 상반기처럼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울 수도 없는 상황에 몰려 있습니다. 오는 11월 ,미국은 주지사와 의원들 상당수가 바뀌는 총선-사실상의 중간평가-을 치릅니다. 오바마 정부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 몰려 있습니다. 공화당은, '세금 더 걷고 효과도 없는 데에 펑펑 쓰더니, 경제 나아진 건 없이 민간에 대한 정부의 간섭만 늘었다'고 공격을 퍼붓고 있는데, 그게 미국 유권자들에게 상당히 먹히고 있습니다.

그러니, 경제사령탑 버냉키가 볼 때는, 불황을 벗어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면 기업 실적은 왜 좋게 나왔다는 걸까요?

여기서 말하는 '실적'은 과거의 것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지난주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를 움직인 기업들은 세계적 초우량 대기업들입니다.

이들은 돈이 많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지난 이후, 이들은 사람을 자르고 투자를 줄여, 남은 현금을 잔뜩 쌓아두고 있습니다(우리나라도 IMF 경제한파 회복기에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2009년 여름은 위기에서 회복되지 못한 시기였기 때문에, 2010년 2분기의 실적은 전년 대비 당연히 좋게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월가가 2분기 실적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전망을 했었는데, 실제 숫자가 그보다 좋게 나온 점도 지수를 밀어 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매일 매일 바뀌는 증시 지수는 바다로 치면 수면의 파도와 같습니다. 하루 높고 하루 낮을 수 있는데, 다 그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그것이 경제라는 바다의 큰 흐름을 보여주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경제를 크게 보면 증시가 오를 이유가 별로 없는데, 증시에 참여하는 기관투자가들끼리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거래하는 와중에 지수가 단기적으로 오르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아주 짧게 보면, 좋은 실적을 2분기에 기록한 우량기업들의 발표는 상당 부분 끝났습니다. 이제는 중소형주들(Russell 2000같은 다른 지수에 반영됩니다)이 많이 남았는데, 이들의 실적은 다우나 S&P500 종목들보다 덜 좋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우는 상장기업 중 초우량 30개 블루칩, S&P 500은 500개 우량기업으로 산출합니다).

좀 길게 보더라도, "과연 3-4분기가 2분기보다 나아질 것이냐"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증시 지수의 상승에도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한 가지 희망은, 버냉키가 말한 '불확실성'에는 네거티브한 측면 뿐 아니라  포지티브한 측면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1-2분기보다 완만하더라도 성장이 꾸준히 계속된다면, 뉴욕증시는 그 희망을 먹고 나아갈 수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