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도 큰일나요....
7월 초 사회부로 제보 하나가 왔습니다.
아버님이 30년 가까이 개인택시를 하셨는데 얼마 전 술에 취한 손님한테 운전 중에 심하게 맞으셔서 입원하셨다는 아들의 제보였습니다.
어디가 부러질만큼 맞았을 것 같진 않은데, 큰 교통사고라도 났던걸까?
걱정스런 마음에 제보를 확인해보니 대형사고가 '날 뻔' 했지만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더군요.
그래도 이 택시 안에 내부촬영도 되는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었고, 제보자에게 사고당시 화면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물론 모자이크 확실히 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요^^)
사고내용을 들어보니, 신촌에서 평택까지 가달라는 손님이 탔는데,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설 때쯤부터 술주정을 부리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자기가 대학 교수인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정교수는 아니고 외부강사였습니다) 세상이 참 더럽다느니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를 하다가…갑자기 뭣때문에 화가 났는지 기사에게 손지검을 해대기 시작합니다.
기사는 놀랐죠. 다른 곳도 아니고, 한밤중에 고속도로 위를 쌩쌩 달리고 있었으니까요.
계속 얼굴을 때리고 팔을 잡아 비틀고 하는데, 핸들이라도 놓쳤다간 어떻게 되겠습니까?
블랙박스를 보니, 정말 처절하게 이러시지 말라고 애원하는 기사분의 모습이 녹화돼 있더군요.
하지만 술취한 손님은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리고 끝내 기사의 안경까지 벗겨냈고, 택시는 중앙분리대를 받고 멈춰섭니다. (사고가 난 곳이 당시 무슨 보수공사 때문에 1차선을 막아놨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뒤에 오는 차들로부터는 비교적 안전한 곳에 택시가 멈춰선 겁니다. 만약 2차, 3차 사고로 이어졌다면 정말 큰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었죠.)
그제서야 놀란 승객은 현장에서 도망치려 했답니다.
그러다 경찰에 붙잡혔고, 단순폭행이 아니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적용을 받아 검찰로 송치됐습니다.
단순폭행이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합의를 보게 되면 혐의 없이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지만, 특가법의 적용을 받으면, 합의여부와 무관하게 반드시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술 먹어서 기억이 안 난다는 건 사사로운 변명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벌의 경감사유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술에 취했다면, 택시에서 곤히 자면 될 일이지 괜히 기사 건드렸다간 내가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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