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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를 직접 보니

이현식

입력 : 2010.07.24 14:07


지난주에 미국 중부 미시건주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LG화학이 현지에 짓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의 기공식에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관련보도는 국내에 이미 수없이 나갔다고 들었습니다만, 제가 그때 느꼈던 것과, 덜 알려진 이야기 몇가지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본 인상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현장에서, 약 30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본 오바마 대통령은 한 마디로, 대중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다시 말해 스타 자질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미 일종의 스타니까 당연히 그런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스타가 된 사람에게서 나오는 기운과, 원래 스타 자질이 있는 사람이 뿜는 기운(스타워즈 식으로 '포스')은 좀 다릅니다.


 (SBS8뉴스 화면 캡처)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그의 피부색입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때, 저는 뉴욕에서 연수중이었습니다. 대통령 선거 관련 방송보도물을 웬만하면 다 챙겨볼 때였습니다. 당시 오바마에 대해 “Is he black enough?”라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우리말로 쉽게 말해 “흑인 맞아?”입니다. 저는 이 논란을 그의 문화적 정체성의 문제로 이해했습니다. 오바마는 일반적인 미국 흑인과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고 성장했습니다. 어머니가 백인이었고, 외가에서 자라났지요. 

흑인이면서도, 흑인사회를 밖에서 보면서 성장했습니다. 오바마의 행동거지나 말투, 생각은 영화나 TV에서 보는 힙합하는 흑인과는 물론 다를 뿐 아니라, 정치적 인물로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예전의 흑인 정치지도자는 제시 잭슨 목사 같은 이미지였습니다. 흑인들의 말투로 흑인들의 한을 대변했지만, 그래서 다수인 백인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오바마는 흑인사회의 문제를 공개 비판해 종종 흑인들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었습니다.

직접 보니까 그의 피부색은 색달랐습니다. TV화면에서 보던 것과 같지 않았습니다. 오만가지 인종이 섞인 미국에서도 흔히 보기 어려운  독특한 칼라 톤이었습니다. 보통 흑인 혼혈의 경우  일반적인 흑인보다 '덜 검다'는 느낌을 줍니다. 학교다닐 때 미술책에서 배운 용어로 말하자면 '명도가 다르다'고 할까요. 오바마는 '색상'이 다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밝은 갈색이랄까, 황토의 색깔이 섞여있다는 느낌이 났습니다. 한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아마, 성장하는  중에는 남과 다른 피부색때문에 힘들었을 겁니다. 오바마는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학부때 뉴욕 콜럼비아 대학에서 정치학을 했다는 것은 덜 알려져 있습니다. 콜럼비아 대학 관계자들은, 오바마가 내성적이었고, 수업때만 나타났다가 곧 사라지는 학생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본인도 콜럼비아 다닐 때 얘기를 별로 한 적이 없죠. 외롭고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입니다. 2008년 연수때 들은 얘기였지만, 오바마 얼굴을 직접 보니 그런 것들이 생각났습니다.

게다가 큰 키에 , 머리는 화면에서보다 더 작고, 팔 다리는 더 길고 가늘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연단에 뛰어올라갔는데, 세련되면서도 활기가 충만해 보였습니다. 오바마 욕하는 사람도 직접 보면 일단 사진부터 찍고 욕을 계속 한다더니, 그 말이 이해가 갔습니다.

연단에 올라 공식 연설을 하기 전에, VIP용 텐트 (야외 행사장이라, 텐트가 있었음)에서 구본무 회장 등 LG측 대표단이 오바마 대통령을 맞이했습니다. 배석했던 인사는 "눈도 파랗더라"고 전하더군요. 어머니가 백인이니까 그런가봅니다. 아무튼 이런 개성적인 외모를, 그는 짧은 시간에 상대방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설득할 수 있는 자산으로 개발해 냈습니다. 30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현장에서 보니 왜 그의 유세장에 사람들이 몰렸고, 젊은이들이 열광했었을까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LG측은 속된 말로 완전히 "땡 잡았"습니다. 조촐하게 치르려고 했던 행사에 생각도 못한 미국 대통령이 나타나는 바람에,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초 구본무 회장이 미국에 와서 행사에 참석할 계획도 없었고, 행사 예산도 제대로 잡아놓지 않았다가 갑자기 행사의 격이 올라가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는 후문입니다. 기공식이 열린 도시가 소도시라, 플래카드는 서울에서 인쇄를 해 갔고, 바닥이 그냥 맨땅인데 행사에 즈음해 소나기가 자주 내려, 급히 자갈을 깔고 바닥을 다지는 공사를 했다고 합니다.

LG화학이 거둔 홍보효과가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요? 홍보관계자에게 질문했으나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LG'가 미국에서 거둔 대중적 브랜드 인지도 효과는 좀 반감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배터리 공장을 짓는 기업의 이름이 CPI (Compact Power Inc.)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LG화학(LG Chem)의 100% 자회사입니다만, 미국 언론들 중에는 굳이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은 곳들도 많이 있습니다. 회사 이름 앞에 LG를 명시하지 않은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해외홍보와 브랜드관리에서 우위에 있다고 거론되는 경쟁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