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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자백'이라는 아내의 큰 사랑

이한석

입력 : 2010.07.23 19:17|수정 : 2010.07.23 20:40


한 여성이 경찰서를 찾아왔습니다.

어젯밤 뺑소니 사건의 범인이 본인이라고 자수를 하러 찾아왔습니다.

단순한 추돌사고지만 사고직후 도주한 건 겁이나서 였다는 취집니다.

큰 사고가 아니었고 피해자의 부상도 경미한 점, 범행을 시인한 점, 반성의 기미를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사건은 일사천리로 처리돼 검찰로 송치됐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받은 검사는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고 당시 이 여성은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였는데 왜 도주했을까? 단순히 교통사고가 겁이 나서?
 
이 정도 수준의 사고라면 통상적으로 경찰서를 거치지 않고 보험사끼리 해결되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주변인들에 대한 통화내역을 조회하고 위치를 추적해봤습니다.

그런데 사건 당일 사고 장소의 휴대전화 내역은 자수한 여성이 아닌이 여성의 남편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이 여성은 허위자백임을 고백했고 여성의 남편은 본인이 사고를 낸 것이라며 검찰에 자수했습니다.

여성의 남편은 현직 경찰입니다.

경찰인 남편이 혹여 교통사고로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해 아내가 대신 남편의 짐을 지겠다고 나선 것이라는 전언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한 참이 지난 뒤 진범이 밝혀졌기 때문에 사고 당시 술을 마셨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검찰에 장문의 사과의 글을 올렸습니다.

진정성이 담긴 글이었고 검찰 내부에서도 많이 감동했다며 많은 검찰 직원들이 회람했다고 전해집니다.

검찰은 죄는 나쁘지만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감안해 벌금 천 만원에 약식기소했습니다.

남편을 위한 아내의 허위자백이라는 큰 사랑에 저도 뭉클했습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실수는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허위자백과 뺑소니라는 두 가지 혐의는 과실이 아닌 고의성을 담고 있습니다. 실수로 넘기기엔 가볍지 않은 사안입니다.

고의범과 과실범은 형사적인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범죄 안에 포함되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죽었어도 일부러 그랬느냐 모르고 그랬느냐는 가해자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처벌의 수위는 천지차입니다.

뺑소니는 고의범입니다. 사고가 난 것을 알면서도 피해자에 대해 가해자로서 도리를 다 하지 않고 도주했기 때문입니다. 판결문에 자주 쓰이는 죄질이 나쁜 범죄입니다.

허위 자백은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수사기관의 본질을 훼손하는 이 역시 작지 않은 범죄일 수 있습니다.

현직 경찰이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공무원들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적 수준을 요구하는 게 비단 우리나라 뿐이겠습니까?

하물며 형사적인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경찰에 대한 국민적 기대치는 더 높을 수 밖에 없죠.

민생치안의 최일선에서 국민을 지키는 민중의 지팡이들을 준엄한 법집행자로서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법집행자로서의 품위와 신뢰도는 냉정하지만 경찰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