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호텔 노조, 사장을 고발하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 사건으로 성희롱 문제가 한창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 앞에서 눈에 띄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우린 성희롱이 싫어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회사 대표를 고발하는 시위였습니다.
시위를 벌인 A호텔 노조는 이 호텔 최 모 대표가 여직원들을 성희롱했고, 그런 사례가 꽤 많다고 주장합니다.
성희롱 문제의 발단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겨울방학을 맞아 호텔 내 제과점에 현장실습을 나온 여대생이 있었습니다.
호텔 안을 둘러보던 최 대표는 그 여대생을 보고 "그X 참 맛있게 생겼다"고 말했답니다.(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빵'이 아닌, '사람'한테 했다고 하네요..-_-)
흠.. 듣기만 해도 정말 불쾌한 발언이죠?
그런데 최 대표의 성희롱 발언은 한 번이 아니었습니다.
노조에 접수된 최대표의 실제 성희롱 사례들을 볼까요?
a. 호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면서 옆에 있던 여직원에게 "이런 운동을 하면 젖통이 커지냐?"
b. 직원들과 족구대회를 하면서 옆자리에 앉은 여직원에게 "어! 이X, 사복 입으니까 섹시하게 생겼네."
c. 호텔 로비에서 한 여직원에게 가까이 다가가 목 주위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d. 회사 차원에서 유니폼을 바꾼 뒤, 새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들에게 "이렇게 입어야 매출이 올라간다" (가슴 부분이 파인 옷 이었다고 하네요)
여직원들은 수치심을 느끼거나, 상처를 받았고, 화도 났습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저도 막 화가 나네요.)
처음 여대생의 성희롱 사례는 목격자들이 사내 메일이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내용을 알렸습니다.
문제가 확산되자, 호텔의 모기업인 B그룹은 본사 윤리사무국 차원에서 진상 조사를 실시합니다.
그러나 감사 결과는 '무혐의'.
화가 난 노조는 앞서 언급한 여러 사례들을 접수받아 본사 윤리사무국에 고발장을 접수했고, 윤리사무국은 6월쯤 2차 감사에 나섰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본사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피해 여직원들도 직접 조사했고, 최대표도 조사했으나 대부분의 알려진 혐의가 과장됐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체적으로 성희롱 혐의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고, 어쨌든 이렇게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선 관리자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틀 전 최대표에게 경징계 조치를 내렸다. 자세한 징계 수위나 방법은 개인에 대한 인사조치이기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
그럼, 피해자들의 진술에 대한 최 대표 본인의 반론은 어떨까요?
"실습을 나온 여대생한테 한 말은 '찐빵'을 보며 맛있게 생겼다고 한 발언이다. 호텔 손님들이 향수를 진하게 뿌리는 것을 싫어해 여직원이 향수를 뿌렸는지 맡아 본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섹시하다'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느냐, 유니폼 입은 것만 보다가 사복 입은 것을 보니 분위기가 달라 좋은 뜻으로 말한 것이다..." (여러분은 최 대표의 변명이 납득이 가시는지..)
그룹 차원에서 징계는 내렸으나 혐의는 대체로 없는 것 같다? 그 처벌 수위도 경징계?
이것 역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몸을 다치게 하는 폭행만이 범죄가 아닙니다.
마음과 정신을 다치게 하는 성희롱이 어떻게 보면 더 큰 폭행이고 범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조직에서 지나치게 관대하게 넘어간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만의 잘못된 판단일까요.
여러모로 씁쓸한 취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