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젊은 지도자를 보며
19세기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과 20세기 이후 지금까지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미국의 두 지도자가 만났습니다. 미국 백악관에서... 사진 왼쪽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61년 8월 4일생, 카메런 영국 수상은 1966년 10월 9일생입니다. 서양식 나이로는 오바마가 48살 11개월, 카메런이 43살 9개월입니다.
오바마는 하버드 로스쿨, 카메론은 이튼칼리지와 옥스포드대학이라는 좋은 학교를 졸업했고, 두 사람 다 연설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웅변가들입니다. 정계 입문한지 10년 정도 지나 대통령과 총리가 됐다는 공통점도 있고요. 무엇보다 젊은 지도자로서 각자의 나라를 이끌어가는 역동적 리더십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게 큰 특징입니다.
정상회담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과 미국은 공통의 유산과 가치,언어를 갖고 있고, 아프간등지에서 같이 고생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미국은 영국보다 더 가깝고 강력한 파트너를 갖고 있지 않다."고 추켜 세웠습니다. 카메론 총리는 여기에 화답해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의 책임을 지고 있는 영국 BP사는 방제작업과 보상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미국인들의 성난 마음을 달랬습니다.
젊은 지도자들인 만큼 유머도 잘 구사해서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는데요,
먼저 오바마 대통령이 " 카메론 총리가 미국의 312맥주를 좋아해서 영국에 몇개 보내주기로 했다. 오늘 점심때 312맥주를 마셨는데 아주 차게 마셨다."고 하자, 카메론 총리는 "사실 월드컵때 독일과 아르헨티나가 붙었을 때 나는 독일을 응원했고, (2차대전 독일의 영국침공등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 때 312맥주를 마셨더니 아주 효과가 좋았다."고 거들었습니다. 312맥주사는 앉아서 적지 않은 홍보효과를 거둔 셈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전 두 딸의 침실을 포함해 백악관 구석구석을 안내해줬고 카메론 총리는 "이렇게 깨끗하고 좋은 아이들 방을 본 적이 없다."고 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 총리도 똑같이 해줄 수 있다."고 해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두 정상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상황, 중동 평화,아프간 전황, 멕시코만 원유 유출,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발생한 미국 팬암기 폭파사건의 범인을 스코틀랜드 정부가 리비아로 송환한 결정등 폭넓은 주제를 갖고 얘기했고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어제의 초강대국과 오늘의 초강대국이 이해관계에서 일치를 본 셈이죠. 그러다 보니 오바마 대통령이 '영국이야말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라는 얘기를 안할 수 없던 거죠.
두 정상의 기자회견 모습을 텔레비젼 생중계로 지켜 보면서 막연하게 "아,우리도 저렇게 젊은 지도자가 나와야 할 텐데…."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통령이야 국민들이 뽑는 거니까 결국 국민들의 마음이 그렇게 모아져야 하겠지요. 다만 대통령이 되고 싶은 의지가 있는 젊은 정치인이라면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완전히 새로운 리더십의 비전을 보여줘야 하겠죠.
얘기가 딴 데로 갔습니다만 두 정상의 만남이 끝난 후 오히려 관심은 카메론 총리가 이번 미국 방문길에 전용기나 영국 공군기를 타지 않고 민간 여객기를 탔다는 데 모아졌습니다. 그 것도 일등석이 아닌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는 건데요, 영국 총리실측은 이에 대해 "지금 영국도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솔선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리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면서 민간여객기 이용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낀 돈이 30만 달러 정도 된다고 합니다. 우리 돈으로 3억 6천만원 정도되는데요, 액수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총리의 그런 결정과 선택이 영국 국민과 미국 국민들에게 남긴 긍정적인 그림자는 정말 엄청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당장 인터넷이 난리가 났습니다. 특히 미국 네티즌들의 반응이 열광적이었습니다.
"물론 대통령이나 총리가 비행기에 탄다면 검색 때문에 난리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총리가 다른 사람이랑 똑같이 일반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게 신선하고 듣기 좋다. 백악관도 영국 총리가 탄 비행기 도착시간에 맞춰 일정을 결정했다고 하는데... 카메론의 신선한 선택이 미국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남겼으면 한다.그렇게만 된다면 우리가 내는 세금도 많이 절약될 텐데…."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비행기안에서,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카메론 총리와 수행팀들을 본 승객들은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하는 표정들로…."
CNN에서 여론의 반응을 체크하는 뉴스를 담당하고 있는 Jack Cafferty 가 똑같은 질문을 어제 던졌는데요,오늘까지 실린 댓글을 보면,
"당연히 미국 정치인들이 배워야 한다. 그들도 민간 여객기를 이용해야 한다. 돈도 아낄 수 있고 몇시간동안 일반 시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민심을 정확하게 들을 수 있다."
"당연히 배울 건 배워야 한다. 하지만 미국 정치인들이 거기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웃기는 얘기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좋은 소식이기는 한데 영국 여왕은 어떻게 한답니까?"
"카메론 총리가 타는 여객기가 뭔지 알려달라. 알 카에다가 노릴 테니까 나는 다른 비행기를 타야 하겠다."
등등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습니다만, 43살의 젊은 총리가 영국 국민과 함께 호흡하겠다는 차원에서 한 선택이 영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큰 반향을 낳고 있습니다. 이만 하면 카메론 총리측에서는 남는 장사를 한 셈이고요, 그런 총리를 갖고 있는 영국 국민들도 당분간은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치적 제스처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국민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데, 그 안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면 순간 박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곧 차디찬 외면을 받게 됩니다. 카메론 총리의 출발은 아주 좋아 보입니다. 진심이 담긴 선택이었다면 영국 국민들의 지지가 오래 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박수도 곧 식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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