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화장품 그룹 로레알의 소유주 릴리안 베탕쿠르. 올해 87세로 자산 가치가 170억 유로, 우리 돈 20조 원이 넘고, 세계 부호 순위에서도 늘 20위 안팎을 차지하는 갑부입니다. 지난 2007년 남편 앙드레 베탕쿠르가 숨지면서 로레알 그룹의 단독 소유주가 된 릴리안 베탕쿠르가 스캔들에 휘말리게 된 것은 외동딸이자 유일한 상속녀인 프랑수와즈 베탕쿠르 메이어가 유산 관련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였습니다.
어머니 베탕쿠르 여사가 평소 친하기 지내던 사진작가 프랑수와 마리 베니에에게 10억 유로(우리 돈 1조 5천억 원)에 이르는 재산을 증여하자, 지난해 베니에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입니다. 연로해서 판단력이 흐려진 모친의 정신적·육체적 상태를 악용해 재산을 가로챘다는 주장이었죠. 외동딸 입장에서는 자신이 상속받게 될 자산이 빼돌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클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당시 국내 언론들도 이 소송에 대해 '해외토픽'감으로 다뤘습니다.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87세 여자 부호와 26살 연하의 사진작가 사이의 흥미로운 '스캔들'로 묘사된 거죠.
그런데 문제는, 이 소송에 증거 자료로 제출된 베탕쿠르 여사와 회계 담당자 사이의 녹음 테잎이었습니다. 베탕쿠르의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외동딸이 몰래 녹음한 것이었는데, 대화 중에 정기적으로 정치인들을 관리해왔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사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특히 집권 여당의 재정위원장으로 2007년 대선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자금책이었으며 현직 노동부 장관인 에릭 뵈르트 뿐 아니라 사르코지 대통령 본인까지 거론되면서 메가톤급 스캔들이 되버렸습니다.
특히, 에릭 뵈르트 장관이 예산부 장관을 하던 시절 자신의 부인이 베탕쿠르 여사의 재산 관리인을 했고, 공교롭게도 베탕쿠르가 거액의 세금을 환급 받았다는 사실이 폭로된 데 이어, 사르코지 대통령에게도 5만 유로의 현금 봉투가 정기적으로 건네졌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습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재선을 노리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사르코지 대통령을 흔들어 낙마시키려는 집권당내의 경쟁자들, 또 시라크에서 사르코지로 이어지는 우파의 연속 집권을 끝내려는 사회당 세력 등 복잡한 정치구도가 베탕쿠르 스캔들과 얽히며 프랑스의 여름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