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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식물공장'이?

권애리

입력 : 2010.07.17 17:59

벼보리콩…made in 주차장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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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발명품 50가지' 가운데 16위는 'vertical farming' 이란 것이 차지했습니다. (사족인데, 미국사람들은 50대 뭐뭐 뽑는 것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100위까지 나오는 건 너무 후하다는 걸까요 ㅎㅎ)

'수직재배기법'이라고 번역되고 있는 이 'vertical farming'은 말 그대로 실내에 층층이 단을 쌓아서 농작물을 심고 골고루 인공조명을 쬐어가며 기르는 미래형 농법입니다.

'2009년형 vertical farming'에 앞서 몇년전 비슷한 농법을 제안한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데스파미에 교수는 60층짜리 건물에 이처럼 농작물을 재배해 주변 시민들에게 공급하는 개념을 소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이 개념도를 봤을 때, 저는 주차장 건물을 떠올렸어요. 요즘 메가쇼핑몰에 많은 주차장 건물 같은 것을 수십층 높이로 지어서 층마다 또 층층이 수직으로 재배대를 쌓고, 다양한 농작물을 기르는 겁니다.

1층은 상추, 2층은 배추, 벼층, 보리층, 밀층, 콩층... 이렇게 올라갈까요?

햇빛은 인공조명으로 해결하고, 토양은 특별제조한 영양액 등으로 대체시킵니다. 기존의 농작물이 갖고 있는 영양성분들이 결핍되지 않도록 식물마다 따로 연구해서 각기 다른 인공의 환경을 제공하는 거죠.

이같은 도심 인공밭은 일단 농지면적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고, 토양의 중금속 오염이나 병충해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계절이나 기후이상의 영향도 받지 않아, 냉해 등 걱정도 없고 365일 생산이 가능합니다. 도시마다 적절하게 설치해 인근 시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면 운송비도 절약되죠. 그만큼 농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땅에는 산소공급력이 뛰어난 숲을 조성해 환경까지 챙긴다는 구상입니다.

일단 이론상으로만 보면 당장이라도 널리 연구해 보급해야 할 것 같죠?

실제로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고 앞으로도 증가할 인구와 지칠대로 지쳐있다(고 대다수가 결론내리고 있)는 지구를 생각해 봤을 때, 적절한 대체농법들이 확산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고요.

올1월에는 남극 세종기지에서 대체농법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긴 대체농법들이 초기 연구와 투자비용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일정 스케일 이상을 이뤄 보급돼 극한지방에서도 상용화될 수 있다면, 그같은 지역 사람들도 식량을 자급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 미국에 살고 있는 제 몽골인 친구 한 명은 어린 시절 과일을 먹을 수 없어서 식구들이 다 괴혈병에 걸렸었다는 얘기를 해준적이 있었어요. 그 친구가 살던 지역까지 과일이 많이 수입되지도 않았고 너무 비싸서 가난했던 자기는 먹을 수가 없었다고, 매일 고기만 먹고 살던 식구들은 늘 잇몸에서 피가 났다고요.

그런 곳에서도 이같은 대체농법으로 농작물이 경작될 수 있다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비행기로 딸기나 귤을 실어오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과일을 공급할 수 있을 테고, 어린 시절 제 친구 같은 아이들도 괴혈병을 앓지 않아도 되겠죠.

마치 농작물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 같다 해서 '식물공장'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이같은 대체농법들은 국내에서도 초보단계에서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종기지 식물공장도 그렇고, 지난주에는 수원에서 농촌진흥청이 오는 10월 완공을 목표로 식물공장 착공에 들어갔죠. 대형 유통점에도 식물공장에서 생산한 무공해 채소들이 조금씩 납품되고 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에는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이같은 식물공장이 소규모로 생겼습니다. 유통점 안에 식물공장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죠. 지난 16일 리포트에 이곳을 소개했습니다. 30제곱미터 규모의 밀폐공간에서 2가지 종류의 상추를 재배하는데, 다른 식물공장들과 달리, 수확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즉각적인 판매가 가능하다는 게 큰 강점이죠. 어찌 보면, '도심 농식물공장'의 가장 이상적인 버전의 미니어처 같은 모습입니다.

롯데마트측은 "사실 설치비용이나 투자 비용만 수 억이 들기 때문에 현재는 수지가 맞지 않지만, 친환경 채소를 신선하게 공급하는 마트라는 이미지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합니다. 장을 보러 온 소비자들마다 발길을 멈추고 구경하며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니,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20g 정도 하는 한 봉지에 2680원, 기존의 유기농 상추보다 무려 2배 비싼데도 팔리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합니다. 애초에 하루 수확할 수 있는 양이 제한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정도면 꽤 인기를 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과연 도시에선 1년중 봄날 며칠 동안에만 볼 수 있는 어린 나뭇잎들의 그 오묘한 연둣빛을 영롱하게 내뿜는 어린 상추잎들이 꽤나 '때깔'을 자랑했습니다.

인공 LED 조명을 받아서 그런가, '조명빨'도 있었던 것 같고요 ㅎㅎ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대체농법을 연구하고 있는데, 소비자 반응을 좀더 지켜보고 유통점 추가 설치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렇지만 '식물공장' 리포트를 편집해 주었던 편집기자 선배는 찍어온 화면의 상춧잎을 보며 "아 색깔 예쁘다"면서도, "아 뭔가 슬프다"를 연발하더라고요.

그래도 농작물은 햇빛 직접 받고, 흙에서 자라는 세상이 더 좋은 것 같다며 지금의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영화배우 시절 출연한 영화 '토탈리콜' 같은 세상으로 가는 걸까 하고요. 하긴 만일 모든 농작물이 '주차장 빌딩'에서 생산되는 세상이 온다면? 우리 나라에도 보는 사람 제법 많다는 영국 드라마 '닥터후'의 '뉴뉴뉴뉴뉴뉴뉴뉴뉴 + 뉴 몇개 더 + 욕(아니 York ㅎㅎ)' 같은 풍경과 비슷해질까요?

우리 나라 사람들이야 워낙 새로운 것, 신기한 것에 대한 흡수력이 좋지만, 사실 이 편집기자 선배와 같은 반응이 대다수 서구 소비자들의 반응이라고 합니다. '환경에도 좋다고 하고, 들어보니 무공해고 좋은 것도 같고, 하지만... 그래도...' 하는 그런 마음 말이에요. 예, 이쪽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분입니다.

위안을 하자면, 그래도 태양빛이 내리쬐고 바람이 불어야 이 식물공장들을 돌릴 대체에너지가 생산됩니다. 비가 내려줘야 영양액의 핵심재료가 되는 '물'도 구할 수 있을 거고요. (용수 재활용을 한다 해도) 농업의 근본은 아무리 멀리 가도 '자연'입니다. 무엇이나 그렇듯이 말이죠.

대부분의 대체농법들이 아직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연구하고 설치해야 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에 경제논리에서도 식물공장이 확산되고 상용화되려면 아직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그렇게 쉽게 획일화된 '빌딩농업'이 가능해지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언제나 이같은 '인공화'는 무수한 검증의 갈짓자길을 거치게 되니까요.

롯데마트에서 시식해 본 식물공장 상추는 파릇파릇하고 맛있었어요. 미래형 대체농법들이 좀더 지속가능하게 개발돼 주길 바랍니다. 그래도 내 밥상에 올라오는 모든 음식의 재료가 그같은 식물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은 아마 다들 비슷할 것 같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