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그늘,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소장품전'이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습니다.
저는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처음 전시를 접했는데, 스페인 특유의 느낌이 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현대미술'부르는 흐름 속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과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명의 발전이 지구 상의 거리를 단축시켜 놓았으니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스페인 현대미술의 개성이 분명한데도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작가에게 영향을 준 '조국'은 가장 큰 작품의 배경입니다.)
문화부의 유재규 기자와 취재를 같이 했는데요. 재규씨는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불평을 합니다. 큐레이터와 스페인 바르셀로나미술관 관장님이 인터뷰 내내 '미술은 쉬운것'이라고 역설하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제 나름대로 전시를 읽어보고 소개해 드리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은 작품을 보면서 그 배경과 작가에 대해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냥 작품만으로도 아무 사전지식 없이도 즐길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배경지식이 작품을 다채롭게 읽을 수 있게 만들긴 하지만 그 지식이 없다고 해서 현대미술작품을 전혀 즐길 수 없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의 기계구조를 알지 못해도 워드나 게임 같은 소프트웨어를 즐기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컴퓨터 시스템을 이해하는 사람이 좀더 다양한 사용방법을 생각해 내긴 합니다.
우린 그들을 고급유저라고 부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모두가 고급유저일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제 글에서는 배경지식보다는 작품 자체를 보는 경험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배경이나 시대적인 상황, 장르 등을 얘기해 주시는 분들은 이미 많이 계시니까요.
먼저 비디오 작업을 한 작가의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배경음악은 원래의 작품에 사용된 음악이 아니라 '텍사스전기톱살인사건 OST' 중에서 'Final confrontation')
어떠세요?
감동적이거나 아름답거나 영혼의 창이라거나 하는 느낌과 조금 거리가 있어보입니다.
뭔가 영상으로 사진으로 담는다는 것 자체가 그 찰나를 의미있게 만드는 것이긴 한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현대미술의 많은 작품들이 그렇듯이 그냥 던져주고 해석은 하기나름이라는 불친절함이 담겨 있습니다.
아마도 이 작품은 카메라를 수십대 동원해서 동시간대를 촬영하고 같은 시점의 프레임을 정지시켜 순서대로 모아 붙인 영상으로 보입니다. 그것까지는 알겠는데 그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머리가 아픕니다.
결국 오늘도 '미술이랑 난 안친해'라고 한숨을 쉬며 미술관을 돌아다닙니다. 왜 미술관으로 데이트를 왔을까 후회하면서 말이죠.
혹은 아이가 의미를 물어봐도 대답하기가 난감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영화 매트릭스 같은 촬영을 활용한 영상이 신기하긴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원과 바르셀로나 미술관 관장의 인터뷰를 들어보시는것도 도움이 될 듯 합니다.
- 강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원)
- 바르토메우마리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관장)
현대미술이란 표현의 한계가 없어진 예술의 영역이라고 보면 됩니다. 모든 것이 표현의 대상이 되고 모든것이 표현의 방법이 되는 동시에 어떤것이든 예술이 될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것'이라는 정의가 반드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충격을 주기도 하고 아픔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매우 불편함을 느끼게 합니다.
섹시함으로서의 인체만 있는것이 아니라 추하기도 한 나신이 우리를 되려 바라보기도 합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우리나라로 가지고 와서 열게 된 이번 전시는 이런 불편함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현대미술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뭔가 스페인 고유의 아름다움을 기대하고 전시회에 온 분이라면 실망하기 딱 좋은 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바르셀로나 미술관은 역사가 짧기 때문에 미술관의 의무라고 할 수 있는 당시대 주요 미술품의 수집과 보존의 수행 기간 자체가 짧습니다.(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의 처지와 비슷합니다.) 다른 미술관들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자신의 소장품을이 역사를 담고 있다고 자랑할 때 바르셀로나 미술관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와서 오래된 미술관을 따라 가려면 오래된 아주 귀한 작품들을 구입해서 소장해야 할텐데 과거의 유명한 유산들은 이미 천문학적인 가격을 자랑하고 있으니 불가능한 일이었죠. 그래서 선택한 길이 지금 시대에 있는 작품들을 주제별로 모으자는 아이디어 입니다.
정치적인 색깔을 가지고 있는 작품을 비롯해서 추상미술이나 설치작품, 비디오아트를 활용한 작품등 현대적인 흐름에 적극적인 작품들이 바로 그 소장품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인지 이번에 국립 현대 미술관에 초대되어 전시된 작품들도 지극히 '현대적인' 것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현대미술이란 표현의 한계가 없는 분야이긴한데 그렇다고 모든 표현이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은 예술로서의 '의미'가 담겨있는 것들이 예술 작품으로 여겨지게 됩니다. 물론 여기서 '의미'란 단의의 규정도 상당히 애매합니다.
역시나 모든 표현을 가지고 예술이 이루어진다는 부분이 '현대미술'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모든것을 다루는 모든것을 이용한 작품들에게 의미를 찾아주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쉽게 상상하실 수 있으실 텐데요. 그 의미를 찾아가는 데 전문가인 분들이 쓴 글 들을 읽어보면 우리를 좌절하게 만들때가 많이 있습니다. 이건 도데체 무슨 말인가.
제가 처음에 컴퓨터 잡지를 읽었을때가 생각나는데요. 전문가를 위한 것도 아니고 일반 유저를 위한 잡지였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정말 한국말로 쓰여졌는지 의심을 들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외래어와 용어가 난무하는 책을 처음 접했을때의 그 당혹감. 현대미술을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바르셀로나 현대 미술관 관장님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원님의 인터뷰를 보면 한결같이 언급하는 부분이 현대미술이 쉽다는 것입니다. 많은 기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많은 기자들이 머리를 긁적거리게 만드는 말씀이었던 거죠. 미술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무슨말인지 잘 이해를 못하는 전시이고 더더군다나 재미를 느끼기에는 머나먼 나라의 일일 뿐입니다.
도대체 이 전시가 현대미술이라서 어려운건지 스페인에서 건너온 작품들이어서 어려운건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문화적인 소양이 너무나 부족한 한국교육의 현주소인지 모두들 좌절하고 있었죠.
이 전시의 제목을 보면 '언어의 그늘'이라는 표현으로 여러가지 주제를 나누고 있는데요. 여기서 착안하자면 이렇게 이해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미술이란 것이 고상한 것이라는 한계를 벗어버린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 여파로 너무 어려워 진것이 우리의 언어 생활과 비슷하다는 것이죠.
미술이 그냥 아름다음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깨어진 시기와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들이 너무나 복잡해진 시기가 맞아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세대가 틀리면 서로 무슨말인지 못알아듣는 시대, 컴표터 잡지가 온통 외계어로 쓰여진 듯한 시대, 아이들 숙제를 해주기 위해 우리 어릴때보다 더 어려운 말을 배워야하고 인터넷을 뒤져야 하는 시대가 바로 현대인것을 생각해 보자는 말입니다.
우리의 쓰는 말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 졌듯이 미술이란 영역도 복잡한 이론들로 넘쳐나는 또는 소통이 힘든 작품들로 넘쳐 난다는 생각입니다. 미술도 소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언어와 동일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말입니다.
말의 소통이 복잡해지듯 미술도 복잡한 현대인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석해보면 이 전시가 '아주 쉽다'는 미술관장님도 학예연구원님도 이해가 갑니다. 말도 굳이 해석하지 말고 흘러 가는 것인데 미술도 그렇게 보자는 겁니다. 인터넷 채팅에서 흘러다니는 외계어들을 이해하지 못해도 현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듯이, 그냥 쉽게 바라보면 쉬워질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여기서 또 하나의 고민이 생기는 것은 누구나 쉽게 만들었음직한 작품들이 예술이 되는 구분이 뭐냐는 것인데, 뭐 그런 고민들을 해결해주는 전문가들이 있으니 너무 고민 안하셔도 될 것같습니다.
'언어의 그늘'이란 제목의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을 어떻게 봐야할 지 고민해 봤는데요.
사실 이 전시는 한국과 스페인이 수교한지 60주년이 된 기념으로 성사된 전시입니다. 미술을 포함한 모든 언어가 배경지식이 있다면 당연히 좋긴합니다. 없어도 즐기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지 지식이 없는것 자체가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혹시 스페인 역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스페인 역사 100장면'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고등학교 스페인어 선생님이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스페인은 투우나 산티아고 가는길, 프리메라리가, 태양의 나라. 씨에스타 정도인데요, 한국의 근현대사와 마찬가지로 많은 굴곡과 정치적 소용돌이를 겪었고 지금도 지역 갈등이 해소가 되지 않아서 고민이 많은 나라입니다. 그래서인지 전시된 작품들은 우리와 비슷한 점도 또 다른 점도 같이 느끼게 만듭니다.
아무튼 말이란 것이 어려운말도 있고 불편한 말도 있듯이 미술도 언어의 일종이라 생각하는 것이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한 벙법일 듯합니다. '말'을 무서워하지는 않듯이 미술이 얘기해 주는 '말'들을 무서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전시든 혹은 다른 현대 미술전시든지 간에 맘 편히 받아들이면 미술이라는 '말'이 주는 여러가지 표현들을 알아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완벽한 이해보다는 작품과 대화하려고 시도해 보는 것이 사실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의 전부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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