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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국숫집이 '작은 용산'으로 불리는 사연

입력 : 2010.07.12 06:43

소설가 유채림 '두리반' 철거반대 농성 200일


소설가 유채림(50)씨는 철판 울타리로 둘러싸인 3층 상가 건물 안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울타리가 바람에 왈칵 흔들려도 '용역이 왔다'고 착각해 놀란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긴장이 끝없이 물밑처럼 흐르는 것 같다"며 악수를 청했다.

유씨와 아내 안종녀(52.여)씨는 서울 마포구 지하철 홍대입구역 주변의 이 철거예정 건물에서 작년 12월26일 농성을 시작했다.

부부가 건물 1층을 빌려 차린 칼국숫집 '두리반'이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철거될 상황이 된 것이다.

금세 쫓겨날 것 같았지만 식당 단골이던 홍대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이 '사정이 딱하다'며 현장에서 공연을 벌여 가게를 지켰다. 철거반원이 쳐놓은 울타리는 벽화로 뒤덮였다.

농성은 하루만 지나면 200일째를 맞고,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곳을 '홍대의 작은 용산'이라고 부른다.

유씨는 12일 "상가 세입자의 정당한 생존을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 나갈 수 없다. 도와주는 분들이 다들 웃고 노래하는 분위기라 그나마 희망을 얻는다"고 말했다.

두리반 건물은 2007년 건설사에 팔렸다. 홍대지역에 인천공항 경전철역 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지에 유씨 부부는 응하지 않았다.

보증금 1천300만원은 돌려받을 수 있어도 대출금을 갚고 다른 곳에서 가게를 차릴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인근 상가 세입자들과 함께 소송을 냈지만 1심과 항소심에서 잇따라 졌다. 경전철역 공사가 현행법의 '지구단위계획구역 사업'에 속해 영업과 시설투자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시행사는 협상에서 이사비용 700만∼2천여만 원을 주기로 했고 결국 유씨 부부를 제외한 다른 세입자들은 지역을 떠났다.

고립무원(孤立無援) 상황을 구해준 이들은 국숫집을 드나들던 홍대지역의 인디 뮤지션들이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두리반에서 미니 공연을 벌여 철거반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지난 5월 1일에는 밴드 60여팀이 10시간이 넘는 릴레이 공연을 선보여 주민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시민운동가와 대학생, 다큐멘터리 감독 등도 소식을 듣고 찾아와 교대로 가게를 지키고 투쟁 계획을 함께 짜줬다.

유씨는 "홍대 지역 재개발이 계속되면 적잖은 라이브 클럽이 문을 닫고 지역 예술가들도 다른 곳으로 흩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처지를 많이 공감해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씨 부부는 지금도 마포구청과 시행사 측과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견해차를 좁히는 일이 아직 쉽지 않다.

그는 "상가세입자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게 현행법이 꼭 개정되어야 한다. 두리반 농성장을 세입자의 권익운동을 상징하는 작은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게 꿈이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