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조직을 비호하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아 지난 7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원창(文强.54) 전 중국 충칭(重慶)시 사법국장(검찰총장격)이 사형집행 사흘전 독일과 아르헨티나간 남아공 월드컵 준결승전을 TV를 통해 시청하는 등 월드컵에 깊은 관심을 보인 사실이 밝혀졌다.
9일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와 문회보(文匯報) 등 중국과 홍콩 신문들에 따르면 원창은 일요일인 지난 4일 수감중이던 충칭시내의 한 교도소에서 독일과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간 월드컵 준결승전을 TV를 통해 시청했다.
원창은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4대 0으로 대파하자 "승부가 조작됐다"면서 간수와 경기 결과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원창은 6일 밤에는 다음날 새벽 열리는 네덜란드와 우루과이간 준결승 경기 녹화방송도 시청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교도소 관계자들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원창은 네덜란드와 우루과이간 준결승이 펼쳐진 7일 오전 사형이 집행되는 바람에 이 경기의 녹화방송을 보지 못한 채 저승길에 올라야만 했다.
원창은 또 교도소내에서 중국 무혈소설을 즐겨 읽었으며, 간수들에게 해박한 무협소설 지식을 선보이기도 했다고 중국과 홍콩 신문들은 전했다.
원창은 사형이 집행되기 하루전인 지난 6일에는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서기의 명을 받아 '범죄와의 전쟁'을 주도한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공안국장을 면담했다.
원창은 다음날 사형이 집행될 것이라는 점을 전혀 모르고 50분간에 걸친 왕 국장의 면담후에 안도해 하는 모습이었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D데이인 지난 7일 원창은 아침 5시에 기상해 충칭시 제5인민법원으로 갔다. 충칭시 제5인민법원은 이날 오전 7시15분께 '원창에 대한 사형집행을 승인한다'는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판결을 대독했다.
잠시 후 원창에게는 아들을 마지막으로 만날 기회가 주어졌다. 원창은 약 10초간 아들을 포옹한 뒤 "사회를 원망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어 교도소측은 원창을 차에 태운 뒤 충칭시 외곽 거러(歌樂)산에 위치한 사형집행장으로 데리고 가 9시5분께 사형을 집행했다. 사형집행은 독극물 주사방식으로 이뤄졌다.
원창은 보시라이 서기가 지난해 6월부터 '범죄와의 전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체포된 최고위급 인사다.
원창은 1996∼2009년 충칭시 공안국 부국장과 사법국장으로 재직하면서 폭력조직을 비호하고 1천600만위안의 뇌물을 수수하고 여대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 4월 1심에서 사형판결을 받았다.
이후 원창은 항소했으나 2심 법원이 항소를 기각함에 따라 사형이 확정됐다.
일각에서는 보시라이 서기가 대중적 인기를 위해 '범죄와의 전쟁'을 활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원창이 희생양이 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홍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