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직권남용·강요·업무방해 혐의 적용 검토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인규 지원관 등 4명에게 어떤 혐의를 적 용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은다.
총리실은 자체 조사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조사가 이뤄진 점, 임의제출 방식을 통해 사실상 불법으로 각종 자료를 확보한 점, '불법 사찰' 결과를 토대로 경찰에 수사 의뢰한 점 등에서 불법행위 의혹이 있다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사건 관계인 조사와 함께 이 지원관 등에게 형법상 직권남용, 강요,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법리 검토 작업을 병행 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직권 행사를 핑계로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 직권남용죄가 성립한 다고 본다.
또 '그것이 남용될 경우 상대방으로 하여금 법률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면 된다'고 규정한다.
이 지원관 등이 직무권한을 행사한다는 핑계로 직무 범위를 벗어난 일을 하면서 김씨에게 피해를 준게 사실로 확인된다면 직권남용죄 처벌이 가능하다는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순경이 상사로부터 구체적인 수사 명령을 받지 않은 채 범죄 수사를 빙자해 허 위의 명령서를 발부한 뒤 그 대상자에게서 관련 서류를 제출받은 사건에서 직권남용 죄와 허위공문서 작성죄를 인정한 판례도 있다.
법적인 권한 없이 민간인인 김씨가 운영하던 회사에서 임금·퇴직금·상여금 대 장과 법인카드 사용·상품권 구입·업무추진비 내역 등의 자료를 임의제출받은 것은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또다른 근거다.
이 지원관 등이 김씨의 거래은행에 압력을 넣어 그가 운영하는 회사와 거래를 끊도록 한 게 사실이라면 강요죄나 업무방해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법조계는 본다 .
형법상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 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되는데, 김씨의 경우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행위로 인해 대표직을 사임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원관실이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김씨와 관련 한 정보를 수집한 뒤 이 가운데 명예훼손 혐의만 떼어내 경찰에 수사 의뢰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위법수집 증거 배제법칙'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법이론 중 '독나무에서 열린 과실은 그 자체에 독이 없어 해를 주지 않더라도 따먹을 경우 독나무를 계속 키우게 하기에 따먹어서는 안된다'는 이른바 '독수 (毒樹)의 과실(果實)' 이론과 연결된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상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독수)에 의해 발견된 제2차 증거 (과실)의 증거능력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김씨는 지난해 헌법소원을 내면서도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입수해 조사를 시작 한 곳은 수사기관이 아니었으므로 동영상 화면이나 동영상이 담긴 CD는 적법한 절차 에 의해 수집된 증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수사기관이 아닌 지원관실이 동영상 자료를 확보한 것은 맞 지만 이는 일반인에게 공개돼 있던 김씨의 블로그에 게시됐으므로 위법수집 증거가 아니다'는 의견을 헌재에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사 의뢰까지 전 과정을 살펴볼 때 지원관실은 민간인을 상대로 '불법 사찰'을 했고, 그 과정에서 동영상을 비롯한 여러 증거를 확보한 이상 전체 맥락상 '독수의 과실'을 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7일 "이제까지 알려진 게 맞다면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 강요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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