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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여우 생식기?'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김종원

입력 : 2010.07.03 08:21|수정 : 2010.07.03 21:22

흰여우의 수난


지난 주, 오랜만에 인천세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밀수품을 적발했는데, 이게 좀 특이해요. 취재 해 보시면 재미있을 겁니다."

밀수품이 뭐길래 그러냐고 묻자, 정말 '기상천외'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암여우 생식기'에요."

때마침 한창 야외 취재 때문에 정신이 없던 차라 제가 잘 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암컷 북극여우의 생식기'라고 하더군요.

생각지도 못한 상식 외의 물품이었던 터라 거부감도 들었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궁금했습니다.

'부적'이라고 했습니다.

일부 무속인들 사이에선 아주 영험한 부적으로 여겨진다더군요.

특히 여성한테 좋은데, 이것만 지니고 다니면 노처녀가 결혼을 하고 외도하는 남편의 바람끼도 잡을 수 있고, 싱글여성은 멋진 남성과 연애를 시작하게 되며,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단골 손님이 생긴다는 속설이 있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우라는 동물 자체가 영물로 여겨지다 보니 그 생식기, 특히 암여우의 것은 효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생소한 '부적'은 이런 속설들로 포장 돼 점집은 물론, 일부 불교용품점이나 심지어는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여우 생식기를 밀수입 하려다 적발된 남성도 불교용품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닭똥집 같이 생긴 작은 가죽조각에 흰 여우털이 무성한 '여우 생식기'를 '공예품'으로 속여 무려 5천 점이나 들여오려다 적발 된겁니다.

5천 점이라면 여우 5천 마리가 희생이 됐다는 건데, 멸종위기종이라는 북극여우를 어디서 이렇게 많이 잡았는지 가장 궁금했습니다.

밀수 미수 혐의의 남성은 오히려 큰소리를 치더군요.

"기자양반, 여우 똑똑한거 몰라요? 그걸 어떻게 5천마리나 잡았겠어, 당연히 양식이지!!"

네. 다행히 밀렵은 아니더군요.

중국에선 토끼 키우듯 집집마다 여우를 서너마리씩 키우는 동네가 많다고 합니다.

여우털과 가죽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건데, 애시당초 생식기 부위는 버린다고 하더군요.

이걸 모아서 사온다는 겁니다.

수거비조로 개당 중국 돈 3전, 그러니까 우리 돈 50원 정도를 지불하고요.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에서 팔릴땐, 정말 없어서 못구하는 물건으로 둔갑을 하면서 싸게는 40만 원, 심지어는 50만 원에까지 거래가 되고 있었습니다.

각종 온라인 마켓엔 사용후기까지 달렸더군요.

"저희 이모가 38살인데 여우 부적 효과로 지난달에 결혼을 했어요!" 등등..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취재를 하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무속신앙을 믿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색안경을 끼고 본다거나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일부 여성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수백 배가 넘는 부당이익을 챙기며 혹세무민하는 일부 부도덕한 상인들의 얄팍한 상술이 안타까웠고요.

또 하나,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곤 한다지만, 눈밭을 뛰어다니며 자유로워야 할 멸종위기의 북극여우들이 사람들의 이런 욕심 때문에 평생 좁고 비위생적인 우리에 갇힌 채 사육되면서 잔인하게 가죽이 벗겨질 날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습니다.

정말 요지경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