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점유율 3.5%P 차이…승용·SUV 부문은 이미 역전
국내 자동차 시장 판도에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해외에서는 국내 완성차 5사 가운데 현대차가 아직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내수 시장에선 현대차가 '동생' 기아차에 추월당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6월 내수 시장에서 4만4천431대를 팔아 4만8천643대를 판 현대차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불과 4천200여대 차이다.
지난 5월 두 업체의 격차가 9천여대로 좁혀진 데 이어 나온 수치여서 이 추세라면 역전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실제 현대차의 6월 내수 시장 점유율은 40.3%로 5월보다 2.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8년 9월 파업으로 40%를 기록한 이후 2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50%를 넘보던 현대차로선 이제 40%선을 지키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몰리게 됐다.
반면 기아차는 2.2%포인트 상승한 36.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대차가 1위를 수성하긴 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1위 답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수 판매분 중에 일반인이 주로 구매하는 승용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기아차에 'KO 펀치'를 맞았기 때문이다.
승용의 경우 기아차는 2만9천716대를 판매해 2만5천48대의 현대차를 제쳤고, SUV 부문에서도 1만1천732대를 판 기아차가 7천369대의 판매실적을 올리는 데 그친 현대차를 앞질렀다.
특히 기아차는 중형과 준대형, SUV, 소형 SUV 등 경쟁이 가장 치열한 4개 부문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현대차를 모두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태풍의 중심에는 지난 5월 말 출시된 중형 세단 K5가 자리 잡고 있다.
현대차가 야심 차게 내놨던 신형 쏘나타는 6월 한 달간 9천957대가 판매돼 1만673대가 팔린 경쟁차종인 기아차의 K5에 밀리면서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다.
출시 이후 승승장구했던 명차 쏘나타의 `굴욕'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기아차 K7도 3천829대가 판매돼 동급인 현대차의 그랜저(1천862대)를 가볍게 제쳤다.
SUV인 쏘렌토R(2천958대)는 현대의 싼타페(2천589대)보다 350대 이상 많이 팔렸고, 스포티지R(4천176대) 역시 경쟁차종인 현대의 투싼ix(3천967대)를 넘어섰다.
문제는 기아차가 잘 나가면서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위축돼 보이는 점도 없지 않지만, 기아차 판매 호조가 현대차 판매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승용 부문에서 기아차는 지난 5월보다 6월 판매실적이 대폭 증가했지만 현대차는 오히려 4.9% 감소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두 업체 간의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ㆍ같은 기업의 다른 제품이 서로 경쟁해 판매를 감소시키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최근 판매에 들어간 신형 아반떼가 2주 만에 7천여대 이상 예약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다, 하반기에 신형 그랜저와 베르나가 출시되는 만큼 순순히 1위 자리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