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여 만에 무대에 선 무용가 공옥진(79) 여사가 혼신의 공연으로 무대와 객석을 휘어잡았다.
27일 저녁 7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71회 '한국의 명인명무전' 공연이 거의 끝나갈 무렵인 9시7분쯤. 쪽진 머리에 흰 한복을 단아하게 차려입고 화장도 곱게 한 그가 부축을 받아 천천히 무대에 올랐다.
뇌졸중으로 인한 지난 10여년간의 투병생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맑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부채를 든 한쪽 손이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계속 조금씩 떨렸지만 부채와 살풀이춤을 위한 흰 천을 꽉 쥔 두 손에서는 '프로'의 의지가 느껴졌다.
춤사위는 관객들에 대한 큰절에 이어 바로 시작됐다.
그는 주저앉아 큰절을 올렸던 무대중앙에서 곧바로 한쪽 팔을 들어올리며 살풀이춤을 시작했다. 양쪽 손에 천을 맞잡아야 하는 부분에서 팔에 힘이 떨어졌는지 한쪽 팔을 잠깐 떨어뜨려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지만 이내 다시 천을 부여잡고 살풀이춤으로 슬픔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고 흰 천을 가져와 눈물을 찍어내는 모습은 춤이라기보다는 그간 사무쳐온 자신의 한(恨)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였다. 객석에서는 함께 흐느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러다 그는 곧 부채를 들어 펼치더니 얼굴을 바꿔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허리춤을 복조리가 달린 끈으로 동여매 올린 뒤 발걸음을 뒤뚱뒤뚱 옮겨가는 특유의 해학춤을 추기 시작했다.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고 북과 장구 장단에 맞춰 흥겨운 그의 1인 창무극 무대가 펼쳐졌다.
공 여사는 주저앉아 "오늘밤에 공옥진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분들만 오신 것 같다. 감사하다"며 "교통사고와 풍(중풍)을 맞고 모진 목숨이 죽지 않고 여러분을 오늘 이렇게 만나려고 살아온 것 같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어 심청가의 한 대목 중 심봉사가 뺑덕어멈을 떠나보내고 하소연하는 장면을 연기하며 그는 기력이 달리는 가운데서도 육성을 쥐어짜내 창(唱)을 했다.
"그때에 심봉사는…뺑덕어미는 가버리고…하하 뺑덕이네가 갔네…."
도망간 뺑덕어멈을 욕하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육두문자가 섞인 욕을 하며 연기해 관객들을 웃겼다.
공 여사는 15분가량의 길다면 긴 공연을 끝내고 "죽지 않으면 또 오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다시 큰절을 하고 일어서 아쉬운 듯이 손을 흔들며 무대를 떠났다.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가 그의 뒤를 오랫동안 따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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