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ㆍ안보 전문가들은 27일 한국과 미국이 2012년 4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2015년 12월로 연기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엇갈린 진단을 내놓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는 현실과 한미 연합전력을 감안할 때 전작권 연기가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자주국방의 측면에서 한국 군의 수동적인 입장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가나다 순)
▲김성한 고려대 교수 = 전작권 연기 합의는 상당히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위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대전제에 입각해 전작권 전환 시점을 2012년 4월17일로 합의했다. 그러나 그 이후 북한이 위협이 지속적으로 점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즉,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 최근 천안함 사태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위협이 증대되는 한반도 안보 상황의 변화가 첫번째 배경이다.
또 2012년 4월에 전작권이 예정대로 이양될 경우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한.미 양국간 공감대가 작동한 것 같다. 2012년은 북한으로서는 강성대국 건설의 해이고 주변 여러 나라의 권력 전환이 이뤄지는 시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반도 안보, 방위에 있어 한발 빼는 듯한 메시지를 줌으로써 북한이 오판하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 같다. 게다가 한국은 2008년 말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전작권 전환을 위한 준비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양국이 2015년으로 전환 시점을 밝힌 것은 일부 보수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연합사 체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이는 전작권을 돌려 받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환 시점 연기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 보장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반도 억지 및 방어에 장애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략적 유연성의 운용을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생각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 북한의 2차 핵실험, 천안함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전작권 연기가 논의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고 동의하기 어렵다. 2015년에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 또 연기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올수 있다.
한미 양국은 충분한 검토를 통해 2012년에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남북간 비대칭 전력에서 부족한 부분은 2012년까지 충분히 해소하고, 앞으로 한미동맹차원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면 된다. 전작권을 환수한다고 해서 한미간 동맹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전작권 환수를 연기한다고 해도 3년7개월까지 늦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주국방의 측면에서 우리 군의 수동적인 입장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우리 정부의 요구로 전작권 환수가 연기됐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군의 파병과 관련된 한미간 협의에서 미국의 입김이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
전작권 연기 과정이 시민사회, 국회 등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결정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전작권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히 환수해야 하지만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핵실험, 천안함 사건 등을 볼 때 한미연합전력이 북한의 위협에 충분히 대비돼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2012년까지 전작권을 전환할 정도로 우리 군의 준비태세가 이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한.미 양국이 전작권 전환 문제를 협의해오면서 북한의 위협이 제일 큰 요소였고 미국도 이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본다.
전작권 연기를 2012년까지 해야 된다는 진영도 있고 무조건 전환을 반대하는 보수 진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2012년까지 전환하기는 불가능하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든 국방개혁2020에 따라 군사력을 강화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데 2012년까지는 맞추기 어렵다고 본다.
다만 전작권 연기 시점을 못박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3년7개월 연기한 것은 시간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따른 대비를 준비하기에 여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의 위협이나 한반도 상황, 한미연합사의 대비 상태를 봐가며 그때그때 전작권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해가는 메커니즘이 돼야 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