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이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될까. 답은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8년간 월드컵이 열린 이듬해마다 출산율이 상승했던 점을 고려하면 국가대표팀의 남아공 월드컵 선전으로 응원열기가 고조되면서 세계 최저치인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라는 정부 당국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02년 6월 한·일 월드컵을 치르고 이듬해 봄 신생아 출산이 10% 정도 늘어나면서 줄곧 하락세이던 합계 출산율은 2002년 1.17명에서 2003년 1.19명으로 반짝 상승했다.
하지만 2004년 1.16명으로 곧바로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하더니 2005년 1.08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월별 출산율 통계가 2006년부터 시작돼 2003년 태어난 아기들이 '월드컵 베이비'인지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2002년 월드컵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이 치러진 다음 해인 2007년에는 1.13명에서 1.26명으로 6년 만에 최고 출산율을 기록했고 2008년에는 다시 1.19명으로, 2009년에는 1.15명으로 움츠러들었다.
이상영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정확한 분석은 어렵지만 월드컵 응원 열기가 출산율 증가에 적잖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라는 판단이 든다"며 "이런 반짝 베이비붐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때에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매일 저녁 8시30분, 밤 11시, 새벽 3시30분에 치러져 야간에 축구 팬 커플들이 마주할 기회가 많아진다. 자유롭고 흥분된 분위기와 음주 등도 한몫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콘돔 매출액이 한국 경기가 있는 날에는 평소보다 최대 3배 늘어나고 월드컵 기간에는 평균 28% 증가하는 등 콘돔이 월드컵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온 사회가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와 대책을 내놓는 가운데 남아공 월드컵이 또다시 출산율 반전의 계기로 이어질지 당국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02년 당시 미혼모 복지기관에 상담 전화가 적지 않았다는 전언을 감안하면 준비 없는 임신과 출산은 당사자와 가족에게는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피임에도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 국장은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