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陝西)성에 사는 추이(崔)모씨는 이달 초 허난(河南)으로 출장을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호텔 체크 인을 위해 신분증을 제시했다 호텔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마약사범으로 몰려 연행됐던 것.
자신과 동일한 주민번호를 사용하는 사람이 경찰의 마약사범 블랙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바람에 생긴 일이다.
20대 여성인 팡(方)모씨도 최근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 통장 개설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동일 주민번호를 사용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있어 통장을 발급해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인터넷 매체 중국망(中國網)은 22일 추이씨나 팡씨처럼 주민등록번호가 다른 사람과 중복되는 중국인이 100만명에 달해 일상생활에서 예기치 못한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1986년 주민신분증을 처음 발급하던 당시 담당 공무원들의 실수로 동일한 주민번호를 부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도입으로 중국 전역이 전산망으로 연결되면서 추이씨처럼 '불량한' 동일 주민번호 소유자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주민번호가 중복됐는지는 당국의 전산망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주민번호를 정정하는 일이 생각처럼 간단치 않아 많은 중국인이 자신의 주민번호가 중복됐다는 것을 알고도 선뜻 변경하려 하지 않고 있다.
우선 동일한 주민번호가 부여된 사람을 수소문해서 찾아내는 것이 어려울뿐더러 설령 찾더라도 누구든 오랫동안 사용해온 자신의 주민번호를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에 누가 주민번호를 바꿀 것인지를 놓고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주민번호가 부여된 신분증은 무료로 발급되지만 운전면허증 은행 통장, 학적부, 부동산 등기부 등본 등 이전에 사용했던 주민번호가 들어간 모든 문서나 신분증을 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정하는 데 드는 비용은 물론 발품까지 팔아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방치하다간 어떤 낭패를 겪을지를 몰라 내심 애를 태우는 실정이다.
베이징의 변호사 류양(劉洋)은 "국가배상법에 따라 주민번호 중복에 따른 재산상 손실은 물론 주민번호 변경에 드는 모든 비용을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받아내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어서 주민번호 중복자들이 속병을 앓고 있다.
(선양=연합뉴스)